택시도 안 타고 20년 모은 1억 희망인재 위해 死後쾌척

  • 김은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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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29 07:31  |  수정 2015-10-29 09:51  |  발행일 2015-10-29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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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우계 김연만 선생의 유족들이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배성로 회장(맨 오른쪽)을 만나 희망인재 프로젝트에 장학금을 지정 기탁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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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계 김연만 선생

대구공고 정년퇴직 故김연만씨
후학양성 꿈꾸며 생활비 절약
유가족 “고인 뜻 받들고 싶다”

영남일보 ‘우계 장학금’ 명명
“인재들 대학 입학금으로 사용”


평생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한 전직 교사가 은퇴 이후 20년간 푼푼이 모은 1억원을 최근 ‘희망인재 프로젝트’의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희망인재 프로젝트는 영남일보와 대구사회복지관협회가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지역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타계한 우계(尤溪) 김연만 선생의 유가족은 최근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역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는 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되고 싶다”며 고인이 남긴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

희망인재에게 장학금을 남긴 우계 선생은 평생 교사 생활을 하면서 후학양성에 힘쓴 이 시대의 ‘스승’이었다. 1993년 2월, 65세로 대구공고에서 정년퇴직한 그는 평소 제자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상주 함창중 교사로 재직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급학교 진학이 어려운 학생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도록 했다. 이후 이 학생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장군으로 승진했으며,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은사의 생존 당시 안부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 대표인 장남 병화씨(전 인천지검장)는 “선친은 검소와 겸손, 정직을 몸으로 실천하셨던 분이었다. 자신에겐 엄격했지만, 이웃에 대해서는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자식에게는 남과 더불어 살아야 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회고했다.

우계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6·25전쟁에 참전해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그 과정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국가관, 인생관을 갖게 됐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올해 초 타계한 그는 6·25 참전 당시 큰 부상을 입고 무공훈장을 받은 공로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슬하에 부인과 1남4녀를 두었다.

우계 선생이 장학금을 조성한 과정도 사뭇 감동적이다. 정년 퇴직 이후 받은 연금에서 매달 일정액을 저축했다. 20여년간 생활비 일부를 아껴 저금한 것이다. 자식들조차 알지 못했다. 우계 선생은 생전에 “비록 작은 장학금이지만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자신을 격려하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미래에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여기다 자신이 성공한 후 후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을 가족에게 피력했다.

막내딸 은영씨는 “보행이 불편한 어머니와 다닐 때도 절대 택시를 타지 않아 원망을 많이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며 “선친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한 아픈 경험과 교사 재직 시 가정 형편으로 뜻을 펴지 못하는 제자들에 대한 연민이 합쳐져 장학금을 마련한 듯하다”고 전했다.

병화씨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여러가지를 검토한 결과 희망인재 프로젝트가 선친의 뜻에 부합하는 장학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장학금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 김연만 선생의 장학금은 대구시공동모금회를 통해 희망인재 프로젝트 장학금으로 지정기탁됐다.

이에 영남일보는 ‘우계 장학금’으로 이름 짓고, 향후 5년에 걸쳐 희망인재 장학생의 대학입학 등록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 희망인재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익명의 기부를 원칙으로 했지만, 고인의 뜻을 기려 이례적으로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배성로 회장은 “고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장학생들이 어려운 형편에 굴하지 않고 꿈을 찾아 나래를 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영남일보가 지역사회와 동행하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인재양성에 더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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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인재 프로젝트는 공공저널리즘의 일환으로 영남일보 배성로 회장이 매년 1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출연하고, 여기에 각계 전문가의 재능기부와 경제적 후원이 더해져 진행되고 있다. 대구 전역에서 매년 어려운 형편에서 자라는 장학생 50명을 선발해 매달 경제적 후원과 함께 유무형의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053)756-9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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