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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일 <청우물류 회장> |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머니라는 존재와 맞닥뜨린 순간을 시작으로 살아가는 내내 끊임없이 인연을 엮어가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모든 인연을 뒤로하고 떠난다. 이렇듯 우리는 일생의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오늘은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인연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려 한다.
전생에서 삼천 번 옷깃을 스쳐야 현세에서 한 번 마주치게 된다는 불가의 말이 있다. 당연한 듯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돌고 돌아 힘들게 만난, 얼마나 귀한 인연인지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특히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함께 지내다보니 그 가치를 경시하고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사실 가족이란 인연의 모양 자체가 아주 특별하다. 친구나 연인과는 다른 차원의, 좀 더 본질적으로 엮여있는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무감각해지곤 한다. 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곁을 지켜줄 것이라는 든든한 보증수표가 있는 셈이라, 굳이 내 마음을 기울여가면서 위해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아무 조건없이 베풀어주는 이들을, 오히려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바깥사람들보다 훨씬 더 살뜰히 챙겨야 할 일이 아닌가.
흔하디흔한 말이지만,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세상과 연을 끊고 목숨만 연명하며 산다고 치자. 그런 삶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인생의 모든 일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난다. 한데 아무런 자극도 수용하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한 채 산다면, 기쁨도 슬픔도 놀라움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목숨줄만 붙잡고 있는 게 된다. 삶이란 결국 혼자 덩그러니 있어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끼리 부딪치고,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고, 또 사랑하면서 서로 영향을 끼치며 사는 것이다.
바로 옆자리에서, 마치 작은 화분에 햇살이 비치듯 알게 모르게 기운을 주고받는 인연들이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옆자리를 비춰주고 있는 그 햇살이 멈춰버린다면 우리는 아마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 행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떠날 마음을 먹지 않게, 곁에 있을 때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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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인연](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2/20151215.0102508105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