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대구 대명9동 가정식 전문 카페 ‘라퀴진 드 마망’의 패밀리 셰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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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8   |  발행일 2015-12-18 제42면   |  수정 2015-12-18
“좋은 재료 사용하고 제값 받자” 프랑스풍 주방서 나오는 엄마 손맛 돼지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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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맨 오른쪽)·현영(맨 왼쪽)·현아씨는 합천 해인사 식당가에서 오래 숙성된 ‘엄마(문정숙)표 레시피’를 중심으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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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레시피’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패밀리 오너셰프가 포착됐다. 대구시 남구 대명9동 카페거리에 있는 ‘라 퀴진 드 마망(LA CUISINE DE MAMAN)’. 엄마(문정숙·64)는 아직도 상호가 낯설다. 김준영(38)·현영(36)·현아(34). 바리스타인 현영의 남편 송재준씨(33). 이렇게 5명이 이 푸드카페를 지키고 있다. 성격도 어머니는 온화하고 현영씨는 불같고 현아씨는 좋은 게 좋은 성격이고 송재준은 깔끔하다. 열을 가장 많이 받는 건 현영씨. 합천 출신인 어머니는 한때 해인사 아래 30여개가 모여 있는 치인리 식당가의 유명한 손맛이었다. 외할머니 때부터 내려온 가업인데 1999년 자식을 위해 대구로 오기 전까지 25년간 ‘별장가든’에서 산채정식과 매운 소갈비찜으로 명성을 날렸다. 식당에서는 소갈비찜을 팔았지만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돼지갈비찜을 잘 해먹였다. 그 손맛을 아는 큰딸이 어머니를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른 프랑스 풍 오픈 주방으로 모셔왔다.

◆ 큰딸은 터트리고 엄마는 수습하고

삼남매 모두 엄마를 닮아서인지 다들 요리 본능이 꿈틀거린다.

현영씨는 29세때 늦깎이로 요리의 길에 들어선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다국적 브랜드 호텔인 ‘오크우드’의 주방 멤버였다. 서울에서 4년 있을 동안 청담동 레스토랑 ‘안나비니 ’등 2곳을 거쳤다. 서울 힐튼호텔 출신 이광우 셰프 밑에서 도제식으로 스킬을 배웠다. 요리 입문 4년이 되던 어느 생일에 대구로 왔는데 오빠와 함께 앞산카페에 놀러갔다가 휑뎅그렁한 사무실이었던 현재 가게터를 발견한다. 평소 쿠킹스튜디오를 가지는 게 꿈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상경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어머니는
해인사 식당가의 유명손맛 출신
손님을 식구의 연장선에서 모셔
짝퉁 재료는 본능적으로 거부해

‘프랑스풍 찜 같은’ 돼지갈비찜
돼지고기를 토르티야에 올리고
유자 샐러드·수제 피클과 먹으면
또다른 맛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반반 섞은
햄버그스테이크
패티가 육중하고 쫄깃
오렌지빛 토마토 로제 소스 일품


그렇게 해서 2011년 카페거리에 새로운 스타일의 식당이 생긴다. 브런치 전문 ‘브런치 스튜디오’다. 수제 소시지를 베이스로 샌드위치, 햄버그스테이크, 토마토·샐러드플랫브레드 등 피자보다 얇은 3종의 플랫브레드를 선보였다.

자리가 잡힐 즈음 현영씨는 이태원에 있는 ‘파크’ 등 가정식 메뉴 레스토랑에서 무엇인가를 직감하고 한식과 양식을 절충한 가정식 메뉴 전문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그렇게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표 돼지갈비찜 때문이다.

2014년 8월 오픈을 위해 두 달여 내부 공사에 들어간다.

일손이 필요했다. 일단 동성로 로데오거리에서 8년 차 잘나가던 옷가게 주인이던 여동생과 당시 수성구 시지에서 휴대폰 가게 사장이던 오빠까지 식당으로 불렀다. 엄마까지 동참한다는 소식을 접한 오누이는 미련 없이 장사를 접고 셰프로 변신했다. 현아씨는 언니를 보름만 도와주려고 왔다가 눌러앉게 됐다.

자매는 디자인과 패션이 무엇인지 안다. 특히 장식품류부터 식기류 정보를 인터넷 등에서 비교해가면서 자기 집에 가장 맞는 것을 골라냈다. 항상 ‘제대로 된 걸 구입하자’ ‘아끼지 말자’고 다짐했다. 조명등도 특별한 걸 골랐다. 수성구 조명 전문숍 나이팅뷰에서 도자기갓 전등을 찾았다. 주방도 완전 오픈했다. 요리하는 모습도 손님의 식욕을 돋게 한다고 믿었다. 입구에서 볼 때 오른쪽은 커피와 드링크류, 정면에는 오븐기와 3개의 화구, 왼쪽에는 조리대와 식기보관대 등을 세팅했다. 식기는 프랑스제 ‘에밀앙리’, 밥그릇은 일본제 ‘포테리폴스카’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프랑스제 무쇠솥으로 유명한 르 크루제와 스타우브가 무게감과 두께가 있어 보온율이 높을 것 같아 구입을 하려다가 잦은 수저질 때문에 표면이 긁혀 자칫 이물감을 줄까 싶어 포기했다. 자기 소재인 폴란드 그릇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고 메뉴라인과 앙상블을 이룰 것 같아 구입했다.

식재료도 식자재 백화점을 통하면 얼마든 반제품 소스, 양념, 오일, 장류 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가정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수고스럽더라도 천연 식재료와 직접 만든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은 스타일 세상이다. 맛 이전에 일단 스타일에 안 맞으면 오지 않는다. 갈수록 자기 색깔이 뚜렷한 세상이다. 자기 색깔이 없고 이것저것 다 끌어안으려고 하면 다 놓칠 수 있는 세상이다.”

◆ 엄마표 요리는 못말려

개업을 하면서 업무를 분장했다. 어머니는 양념, 오빠는 요리(돼지갈비찜, 햄버그스테이크, 리소토, 플랫브레드 등), 현아씨는 서빙, 매장관리, 커피와 음료 파트를 커버한다. 커피는 바리스타인 형부가 로스팅한 코스타리카와 브라질을 블렌딩해서 낸다. 오빠는 현영씨에게 레시피를 전수했다.

매일 남구 대명동 관문시장, 식자재마트 등에 들른다. 여기는 갓난아기를 안고 오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인다.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소화해 낸다. 현영씨는 두 달 전에 스페인에 갔다. 2013년에 결혼한 바리스타 남편과 아이와 함께 갔다. 유명한 ‘호프만요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어학 준비중이다. 오는 29일 다시 스페인으로 간다. 현아씨는 오는 20일 결혼식을 올리고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엄마표 레시피는 ‘눈대중’. 표준화하려면 엄마는 솔직히 진이 빠진다. 엄마는 집에서 요리할 때 부엌에 있는 재료만으로 만드는데 식당에서 그럴 수는 없다.

딸과 함께 레시피 작성에 나섰다. 대량으로 하려니 집에서 하던 그 맛이 안 났다. 재료와 무게를 달리 하면서 2개월 이상 수십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손맛을 실제 식당에 필요한 표준 레시피로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절감했다. 표고가루가 감칠맛을 내지만 현재 국내산을 제대로 구입할 수 없고 정체불명이라 포기했다.

엄마는 손님을 ‘식구의 연장’으로 본다. 식구용으로 요리를 한다. 본능적으로 짝퉁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다.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음식 속이는 건 용서 못 한다. 그래서 ‘군기반장’이다.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누누이 말했다. “최고로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안 팔면 안 팔았지 나쁜 재료로 이익을 취하는 건 벼락 맞아 죽을 짓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제대로 된 값을 받자”고 강조했다.

◆ 엄마표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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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갈비찜은 지역의 푸드블로거 사이에서 ‘프랑스 갈비찜’으로 소문이 날 정도로 퓨전 돼지찜의 신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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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스테이크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혼합해 만든 패티와 생크림이 가미된 로제소스로 더욱 상큼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돼지갈비찜= 꼭 프랑스풍 찜 같다. 소스가 믿음직스럽다. 아줌마들은 집에서 밥 비벼 먹으려고 국물을 포장해 간다. 찜 위에 토핑된 굵직하고 아삭한 콩나물이 아이스크림처럼 올려져 있다. 돼지고기를 가제손수건 같은 토르티야에 올리고 유자 샐러드와 수제 피클과 함께 먹으면 또 다른 맛이다.

소스와 고기 삶기는 따로 한다. 생강, 마늘, 고춧가루, 배, 사과, 진간장, 고추장(엄마표)과 정종, 양파, 음료, 물엿, 소금, 설탕 등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10㎏씩 진공포장돼 들어온 돼지고기는 냉장고에서 5~7일 숙성. 고기는 2~3일 마다 그날 잡은 고기를 받는데 냄새, 색깔, 부드럽기를 판단해서 안좋으면 다시 돌려보낸다. 갈비만 초벌로 삶아놓고 주문이 오면 그때 재벌한 뒤 양념을 버무려 낸다. 초벌할 때 감초, 통후추, 월계수잎, 재래식 된장 등을 넣고 압력솥에서 10분 정도 삶는다. 압력솥을 사용하면 순간적 압력으로 인해 잘 쪄져 고기가 부드럽다. 반면 솥에 삶으면 육즙도 많이 빠지고 질겨진다.

◇햄버그스테이크=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반반씩 섞어 사용한다. 패티가 정말 육중하고 쫄깃하다. 상당수 냉동 패티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빵처럼 살점이 푸석푸석 떨어지는데 여기는 스테이크 같은 질감이다. 전분을 사용하지 않고 수제 빵가루를 적당량 넣어 점착력을 발생시킨다. 감자도 처음에는 통감자를 구워냈는데 로제소스 때문에 해시포테이토를 아래에 깔고 그 위에 패티와 체다치즈를 올렸다.

오렌지 빛깔의 토마토 로제 소스가 물건이다. 개발하는 데 몇 개월 걸렸다. 토마토홀을 끓이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고추장처럼 은근하게 푹 끓여 깊은 맛이 나도록 한다. 다른 데는 30분 금세 끓여 사용하는데 오묘한 울림이 안 나온다. 3시간 이상 묵묵하게 끓인다. 패티 만들 때도 유달리 양파와 샐러리를 많이 사용한다. 먹어 보면 쫄깃하다. 스테이크 맛이다. 쟁반도 손님 성격에 맞게 빨강, 주황, 노랑, 가지색 등 여덟 가지 컬러다. 아이들이 오면 핑크와 노란색 접시를 낸다. 밥맛을 위해 올린 반숙란이 올빼미 눈 같다.

월요일마다 휴무. 밤 9시30분 문을 닫는다. 찜은 2인분 2만2천원, 스테이크는 1만3천원. 남구 대명동 509-2번지. (053)202-3456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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