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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혜경 <화가> |
며칠 전 랑랑 피아노 콘서트가 12년 만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평소에 그의 연주를 좋아했기에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부산으로 향했다. 객석은 거의 만석이었고 나의 자리는 연주자의 손과 표정이 잘 보이는 앞 열 중앙쪽으로 예약돼 있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그의 열정적인 연주가 시작됐다. 1부는 차이콥스키의 12개의 소품으로 구성된 사계와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 2부는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를 연주했는데, 무심히 들었던 곡 중에서 ‘이 곡이 바로 그 곡이었군’ 하는 귀에 익은 곡도 있었다. 특히 사계 중 6월의 뱃노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아름답고도 격정적인 느낌과는 달리 그의 연주는 지극히 평화롭고 섬세하게 느껴져서 같은 곡이지만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경이로웠다.
게다가 쇼팽콩쿠르에서 일등을 한 조성진군이 연주한 쇼팽 스케르초 2번을 랑랑의 연주로 다시 듣게 돼 감회가 깊었다. 그의 연주는 귓전에 속삭이듯 은밀하고 감미롭게, 때로는 휘몰아쳐 오는 태풍처럼 관중을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곤 했다. 테크닉과 감성을 겸비한 그의 연주는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음악에 싣는 것이라고 한다.
긴 연주에 지칠 만도 한데 환한 얼굴로 거듭되는 커튼콜에 앙코르곡을 무려 세 곡을 연주해 기꺼이 청중에게 화답해 주는 모습과 클래식을 알리기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한 대가다운 면모를 느꼈다. 팬사인회에서도 일어서서 청중과 자유롭게 대화하며 초콜릿도 나누어 먹는 소탈한 모습이 그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젊은 연주자들도 랑랑에 버금가는 실력과 풍부한 감성을 겸비하고 있지만 관객에 대한 팬서비스가 너무 일관적이고 진부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자신의 연주를 좋아해서 찾아온 그들에게 다양한 팬서비스를 하는 것은 연주자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연주자도 청중과 교감하는 랑랑의 탁월한 장점을 주의깊게 살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연주가 끝나고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감동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고 내 곁에 남아 기쁨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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