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하나가 빠진 종합선물세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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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4  |  수정 2015-12-24 07:55  |  발행일 2015-12-24 제23면
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악장>
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악장>

크리스마스 시즌인 데도 길거리에 캐럴을 듣기가 어렵다. 이유인즉 음악저작권 문제와 정부의 길거리 소음 규제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음악을 틀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크리스마스 기분이 덜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해마다 이맘때 항상 받던 선물을 못 받은 듯한 기분도 든다.

어린 시절 한 해 중에 가장 기다린 날은 크리스마스였다. 물론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이유도 있지만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모님에게서 또는 교회에서 크고 작은 선물꾸러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선물은 지금은 사라진 모 제과회사에서 나오는 종합선물세트였다. 내용물을 보면 사실은 별 것 아닌 과자지만 상자를 열 때의 긴장감과 그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골라먹는 재미는 큰 즐거움이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공연장마다 각종 음악회가 넘쳐난다. 크리스마스와 송년시즌에 좋은 음악회를 골라 관람하는 것도 감동과 추억을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특히 연말 기획 공연은 대부분 저렴한 관람료에 좋은 공연을 관객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직업이 연주를 하고 공연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연말연시에는 항상 공연으로 바빴다. 직접 연주하면서 새해를 맞은 적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공연장 관람석에서 새해를 맞은 적도 많다.

수년 전부터 대구지역 대부분의 공연장에서는 송년음악회와 제야음악회 그리고 신년음악회란 이름으로 기획공연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레퍼토리도 각 공연장의 특성에 맞게 다양하여 전통적인 베토벤 합창교향곡을 비롯한 오페라 갈라콘서트, 뮤지컬, 대중음악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지고 있다. 과연 공연예술중심 도시답게 수준 높은 공연도 늘어나고 시민들의 문화 수준도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 섭섭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대구에서 열리는 연말 기획공연이라는 종합선물세트 속에 국악이라는 과자가 매번 빠져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연장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국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선택권을 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음악으로도 충분히 송년이든 신년이든 공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연말연시에 한국음악 공연만 빠져 있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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