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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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9  |  수정 2015-12-29 08:06  |  발행일 2015-12-29 제25면
[문화산책] 면학
김천일 <청우물류 회장>

우리는 모두 백지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왕자든 거지든 똑같이 벌거벗은 채로 세상에 던져진다. 그리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마치 스펀지처럼 살아가기 위한 지식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젖을 빨면 허기가 가신다는 것부터 크게 울어야만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것, 체취나 목소리를 통해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식의 습득은 어린 시절부터 그치지 않는다.

조금 나이가 들면 의무교육의 과정을 통해 세상에 대한 근본적 지식을 습득하며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세상에 나설 준비를 한다. 먼 옛날부터 수대(代)를 거쳐 우리에게 전해진, 오직 인간만이 이뤄낼 수 있는 복잡하고 정밀한 문화적 소양들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가며 우리는 그런 수많은 지식 가운데 인연이 닿는 것, 우리에게 접해지는 지식들을 흡수하고 소화하며 체득해나간다. 이런 삶의 지식들이 몸에 배면서 드디어 ‘나’라는 한 명의 개인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깨끗했던 백지를 빽빽이 채워넣고 다양한 색깔로 나 자신을 물들이면서 서서히, 오직 나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 개성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을 뿜어낸다.

지난날을 돌이켜 내가 변하고 발전해온 길을 살펴보면 뿌듯한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이만큼 달라지기까지 내가 기울인 노력을 나 스스로 기억하고 지금의 내가 누리고 있는 환경 또한 많은 것을 증명해준다. 이렇게 발전해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한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나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인간으로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자 의무인지도 모른다.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더 깊이 있게 배우는 것도 좋고, 내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기회로 나에게 다가온 일들을 기꺼이 배움으로 여기는 것도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안에 쌓이면 삶을 더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것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오랜 시간 쌓여온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새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우리를 붙잡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는 오래되고 빛이 바래 상념으로 변해버린 지식들을 미련없이 놓아줄 과감함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눈 감는 그날까지 배움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늘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몸을 가다듬고 다시 채워가며,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으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존재를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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