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소감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1-01   |  발행일 2016-01-01 제28면   |  수정 2016-01-01
소읍의 작은 집에서 헤매고 또 헤맸습니다
[2016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소감
이해준

두 돌이 안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은후’입니다. 그 아이와 종일 씨름하다 아이가 깊이 잠든 밤 11시쯤 살며시 곁을 빠져나와 나의 책상으로 갑니다. 가끔 아이가 깨서 보채면 돌아가 토닥여주고 다시 나의 책상으로 갑니다. 새벽 2시 혹은 3시까지 반복된 일상. 그 시간만큼은 소읍의 작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니라 홀로 세계를 탐구하는 자가 되어 헤매고 또 헤맵니다. 무수한 질문지를 품고 조금씩 움직여봅니다. 질문들은 계속될 것이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가장 정직한 대답을 제 자신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움직임을 격려해준 두 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메이저리그 경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계속해서 그 고기 놈만 생각해야지, 하고 그는 곧 다짐했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하란 말야.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절대로 안 돼’-노인과 바다

저 또한 야구공이 풍만한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는 것을 보는 즐거움에 빠질 때가 있겠지만 곧 다짐하겠지요. 계속해서 그 고기 놈만 생각해야지, 하고.

‘공작소’가 있습니다. 이만교 선생님과 열화동인들이 ‘존재의 집’을 갈고닦는 공간입니다. 혼자서 막막하게 헤매다가 2010년에 처음으로 그 문을 열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서울을 떠나오고 아이를 낳으며 물리적으로 멀어지기도 했지만 그때 배운 걸음마를 잊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도 저를 위해 기도하고 계실지 모르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지만 아직 저는 그 마음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의 언어로 당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품이 작은 언니 밑에서 자라온 수정, 혜영, 혜진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은후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삶에 나무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성재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삶과 죽음의 씨앗을 함께 보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