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온기로 겨울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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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19  |  수정 2016-01-29 14:21  |  발행일 2016-01-19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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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돌아가던 1년의 행사들을 마무리하고 연말연시를 보내고 나면 예술계는 잠깐의 여유시간을 갖는다. 새해를 맞는 첫날과 설 기간에는 전시가 가장 적게 열린다. 이 기간에 큐레이터에게는 심적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그래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거나 조용한 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힐링캠프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여가를 즐길 만한 현실적인 여유가 없다. 미리 계획된 전시를 꼼꼼히 체크하며 작가들을 만나기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이 기간은 전시 진행보다 준비 기간이라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많은 것이다.

2016년에 몇 가지 주요 계획을 생각해 보았다. 올해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사람과의 교류이다. 작품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거래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 작품을 생산하는 사람과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과의 사이엔 어떤 관계가 형성될까. 관계는 만남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예술은 작품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예술가는 창작하는 사람이고, 창작을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소중한 가치를 알아야 가능하다. 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온기가 생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온기는 추운 겨울 속에서 더 빛을 발한다.

새해를 맞이하고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며칠 전 중국 항저우에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속담에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저우와 쉬저우가 있다”고 한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땅에서 솟은 듯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철학자와 정치인 그리고 문인을 많이 배출한 도시답게 고풍스러운 탑 등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서호 10경을 빛나게 하는 항저우는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높다.

이번 방문에서 깊은 여운을 준 것은 서호와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방문했던 일이다. 이곳은 독립운동을 위해 임시로 거처했던 곳으로 독립운동가의 숨결이 담겨 있다. 그곳에 들어서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흘렸을 땀과 피가 담긴 현장이기 때문이다. 존엄한 가치가 살아있는 곳에서 잠시 묵념을 한다. 항저우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전시교류를 위해 방문했다가 마주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항저우 사람과 대구 사람이 만나 과거의 교류와 앞으로의 교류에 숨결과 온기를 함께 다진다.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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