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라플라스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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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7  |  수정 2016-01-27 07:56  |  발행일 2016-01-27 제23면
[문화산책] 라플라스의 악마
김사람 <시인>

‘라플라스의 악마’는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가 상상한 가상의 존재이다. 그의 저서 ‘대략적인 혹은 과학적인 결정론의 표현’에는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 역학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가 있는 것일까.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1901~76)는 어떤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자와 같은 원자구성 입자의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려고 하면 예측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입자들이 튀어나와서, 이 입자의 위치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라플라스의 악마’를 인간들에게서 쫓아내고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라플라스의 악마처럼 결정론적 세계관에 의지해 점이나 사주팔자 등을 보며 앞날을 예측하려 한다. 누군가 살아온 과거의 행적들과 현재의 모습을 파악하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미래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에게는 이성, 감정, 의지가 있다. 이성은 생각하는 힘이다.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통해 진위와 선악을 구별하여 판단하는 능력이다. 감정은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에 대하여 느낌을 나타나는 심정이나 기분을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 번 바뀌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고 했다. 자신조차 제 감정 상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의지는 특정 목적의 달성을 지향하는 인간의 의식적, 무의식적 노력이다. 의지는 특정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의지란 어쩌면 욕망에 가깝다.

인간은 셀 수 없는 입자, 수많은 양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세계다. 단 하나의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도 없는데 이성, 감정, 의지가 처음과 끝이 없이 뒤엉켜 있는 인간의 앞날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제의 ‘나’가 오늘의 ‘나’가 아니고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가 아닌 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자유 의지’를 지닌 ‘불확정적인 존재’, 날마다 ‘진화하는 존재’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이야말로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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