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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람 <시인> |
힐링의 시대다. 우리의 육체는 피로하고 마음은 지쳤다. 서점가에서부터 시작해서 각종 매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힐링이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한 지 오래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힐링을 필요로 하고 힐링을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마음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마케팅의 일부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면 마음을 이토록 지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경쟁의 장에 놓여 살아왔다. 세상은 그야말로 킬링필드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강자만이 지배할 수 있고 강자만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강자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 생각은 너무 극단적인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 속한 수많은 약자들의 삶을 둘러보면 그리 쉽게 부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사회 도처에 존재하는 약자들의 삶은 처참하다. 약자는 무능하고 게으른 자가 아니다. 왜 약자는 행복할 수 없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역할의 차이가 계급의 차이는 아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삶을 즐길 권리를 지닌다. 경쟁에 진 사람들에게 힐링을 강요하는 권한이 사회에는 없다. 힐링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사회적 제도 및 장치를 정비하고 바로 세워 경쟁에서 앞서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는 그에 적절한 처우와 보상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경쟁은 차별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가 가진 양극화 문제와 같은 큰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그러한 제도적 보완과 해결책이 아닌 개인의 문제와 고통 및 아픔으로만 치부하려는 힐링의 시대에서 나는 힐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함부로 치유하려는가. 무엇보다 힐링을 받아야 하는, 다시 말해 심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가 불편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지극히 정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이 아닌 ‘필링(Feeling)’이다. 만족감(a feeling of satisfaction), 행복감(a feeling of happiness) 같은 실질적 ‘필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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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필링’ 시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2/20160203.0102308121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