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는 것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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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04  |  수정 2016-02-04 08:09  |  발행일 2016-02-04 제23면
[문화산책] 아는 것의 무게
박민영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최근 인사이동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분이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전기 분야를 담당했던 그분은 20여년을 한 기관에서 일했고 예술회관을 자신의 집처럼 여기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전시실의 작은 부속품까지 언제 어떻게 수리되고 바뀌었는지 꿰고 있으니 무슨 사고가 생기면 그분을 먼저 찾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분이 떠난다니 한동안은 어려움을 겪을 것도 같은데 인사의 원칙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 예외 없는 원칙이 야속하기만 하다.

떠나기 직전까지 새로운 환경에서 일어날 자신의 일보다 이젠 본인의 손을 떠날 일을 챙기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다는 것은 이런 무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오래 보고 가꾸고 알아온 사람들에게 그것을 안다는 것은 그에 대한 책임과 무게로 이어진다. 아마 이런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분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다면 그만큼의 지식은 물론 책임감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한곳에서 일한 사람을 볼 때 갖는 사람들의 편견이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거나 고집스러운 주장 때문에 배타적이라는 편견을 가질 때가 있다. 특히 배타적이라는 편견은 사람들이 으레 짐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기준이 생겨나서 나타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만약 어떤 일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존재 의미를 얻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시선을 받을 때가 있었다.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오랫동안 일을 해 오면서 만들어진 나의 생각과 신념 때문에 그리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해야 하는 문화 분야에서는 안다는 것에 대한 두려운 무게를 더욱 느끼게 된다. 문화란 고집스럽게 자신이 발견한 것의 가치를 정립하고 전달하려 한 사람들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만큼 문화를 발견하고 가꾸어 가는 사소한 과정에서도 섬세한 ‘앎’이 배어나고 쌓여가야만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킨 사람에게서 나오는 배타적 신념이 단지 아집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아는 것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고집일 수 있으며, 그만한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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