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굿바이,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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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7  |  수정 2016-02-17 08:08  |  발행일 2016-02-17 제23면
[문화산책] 굿바이, 졸업
김사람 <시인>

어느 학교의 졸업식날, 한 학생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경쟁과 패배,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복종하는 법을 배웠다. 졸업은 끝이다. 이후의 세계는 없다. 이미 모든 것이 능력에 따라 정해져 있는 미래만 보일 뿐이다. 또 다른 친구가 말을 한다. 모든 것이 결정이 난 상태에서는 버릴 때를 알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간다. 후회나 미련 따위는 사진 한 장에 남긴 채 앨범에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감사의 마음도 눈물도 없다. 우리는 저절로 성장하고 맞춤형 어른이 된다.

무엇이 우리를 성장시킬까. 컴퓨터의 체계화된 정보가 우리를 낳고 기른다. 그 안에는 수학자가 있고 원어민이 있고 시사상식이 있다. 친구가 있고 애인이 있고 교사가 있고 부모가 있다. 그들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싫고 두렵다. 어떻게 이 공간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 있을는지 막막하다. 우리에게 현실 세계란 머릿속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총합에 불과하며, 모든 존재와 사물은 컴퓨터가 이미지화시킨 잔상들의 출력물일 뿐이다.

온라인화 된 세상은 개인화를 부추긴다. 얼굴을 마주 대하여 만남이란 걸 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채팅 창이나 스마트폰 단체 톡에서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상에서 사람의 시선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사람과의 관계는 불편하고 가장 수고스러운 노동이 되어버린다. 제도화된 장소에서 단합과 협력, 단결이란 말에는 집단 간 경쟁이라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협동 단결의 목표는 우리가 속한 집단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모집단 내에 부진한 사람이 있을 경우 참을 수 없는 조롱과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이제 우리는 저러한 가상의 현실 같은 현실에서 탈출해야 한다. 실제 살아 있는 존재들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야 할 곳이 많다. 하늘 냄새, 꽃 냄새, 사람들의 땀 냄새와 흙냄새를 맡아야 한다. 앞사람의 표정과 심중을 읽고, 뒤에 있는 사람의 눈물을 보고 신음을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교육과 우리를 힘들게 하고 좌절과 절망 속으로 밀어붙이던 제도, 저장만 할 수 있지 버리지 못해 고이고 썩은 냄새를 풍기던 온라인의 정보들과도 작별해야 한다. 잘 가라, 비인간적인 온라인. 잘 가라, 형식적인 가상 세계여. 드디어 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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