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랑하고 싶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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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5  |  수정 2016-02-25 07:58  |  발행일 2016-02-25 제21면
[문화산책] 자랑하고 싶은 문화
박민영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여행을 가게 되면 우리는 낯선 풍경 가운데 마음을 끄는 모습을 찾게 된다. 물론 수려한 자연이 사람들을 매료시키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독특한 풍습이나 문화를 보고 새로운 경험과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된다. 나는 몇 년 전 다녀온 여행지의 지하철 표를 한동안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복잡한 차 안에서 넥타이를 날리면서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재미있게 디자인한 차표다. 값비싼 기념품은 아니었지만, 그 여행지 사람들의 여유 있는 생활 태도를 보는 것 같아 책상 앞에 꽂아두었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는 그 지역의 공연문화가 활발했던 어느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와 극장의 무대 등을 판화로 제작한, 지금으로 치면 공연 포스터와 같은 작품 전시를 본 적이 있다. 판화 자체의 예술성도 물론 있었지만, 한 시대에 유행한 문화의 가치와 역사적 전통을 알리고 자신들의 지역을 자랑하는 것 같아 인상이 깊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한동안은 거기서 느끼거나 배운 매너나 문화가 몸에 배어있는 것을 느낀다. 질서정연한 곳을 다녀왔을 때는 조금 더 양보하게 된다든지, 자유로운 곳을 다녀와서는 개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여행은 내가 속한 사회를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는 그리 거창한 계기로 인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맞이하는 매너나 웃음 띤 시선, 낯선 이들을 배려하는 안내문구와 같은 사소한 친절, 재미있으면서도 그들의 생활을 반영하는 공공시설물의 디자인까지도 여행을 기억하게 하는 큰 자산이 된다.

우리는 익숙하여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내가 속한 사회에서도 타인들은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단지 스스로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 뿐이다. 지역의 역사나 예술도 마찬가지로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관광지에서 꼭 들르게 되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그만한 문화 자산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화를 자랑하고 특별하게 만들려는 자존감이 부족한 듯해서다. 문화적 자산은 우리가 그 가치를 가꾸고 자랑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고, 다른 이들도 동감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의 가치는 과거로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내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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