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수정 |
유난히 지루했던 올겨울도 이제 갔나 보다. 불과 일주일 전 뒤늦게 찾아온 맵고 찬 바람이 여리게 피어오르는 매화를 떨게 하더니 이제는 창밖으로 보이는 햇빛이 ‘봄이다’라고 소리치고 있다.
봄 햇살처럼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깨우는 케빈 컨의 음악을 틀어두고 밖을 바라보다 그의 생각에 잠겼다. 리얼 뮤직 최고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시각장애를 가진 케빈 컨의 곡은 시각의 막힘으로 온전히 집중된 음악의 흐름을 함께 느끼게 하고, 내면의 슬픔과 감성을 따라가면서 보이는 것에 방해 받지 않는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요즘은 악보를 펴 둔 채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주자는 암보를 통해서 연주에 몰입할 수 있다. 물론 악보를 펴 두었다 하여도 무대에 오르는 모든 연주자는 완벽히 암보하고 있고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에 보이는 것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때론 관객도 연주자도 불편할 때가 있다.
명암만 구분할 정도의 시력을 가진 후천적 시각장애 음악인 케빈의 연주는 항상 눈을 감게 만든다. 눈을 감고 편안하고 사색적인 감상을 따라가면서 음 하나에 하나의 색을 씌우면서 음악을 그리게 만든다. 한창 피아노 연습에 모든 열정을 쏟을 때 친구들이랑 건반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한 연습실에서 연주를 잘할 수 있나 내기도 해보고, 눈을 감고 한음 한음 피아노가 가진 소리를 들어보면서 시간을 보낸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그 전에 느끼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했던 패시지들이 나를 당황하게 했는데, 불이 켜지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보람도 없이 눈으로 모든 것이 보이는 순간 놓쳐버려 속상했다.
어쩌면 케빈은 시각을 잃는 대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애잔함과 슬픔의 정서를 표현하고 자신의 곡을 연주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지만, 삶의 희로애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타고난다고 말한다. 케빈은 눈을 잃었지만 자신의 노력과 지치지 않는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많은 사람에게 평화와 편안함을 힘들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마법사가 되었다. 케빈 이외에도 안드레아 보첼리, 폴 포츠, 니콜라이 콘스탄티니디스 등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시각장애 음악인이 많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갇혀있는 어두운 세상을 음악으로 밝게 비추려는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들은 그저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리고 ‘감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행복해하면 될 일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감사해요, 케빈](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3/20160310.01021074946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