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비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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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5  |  수정 2016-03-15 08:32  |  발행일 2016-03-15 제25면
[문화산책] 나비를 보아라
이성호 <포스트콜로퀴엄 기획팀장>

“아빠, 로봇이 인간을 이겼대!” 아이가 퇴근한 나에게 놀란 눈으로 이야기했다.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한 나는 “그래?” 하고 같이 놀라는 척 이야기를 받아주었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트랜스포머나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으로 이해한 아이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진짜인 걸로 인식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막 관심을 가지며 배우기 시작한 방과 후 바둑수업으로 ‘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가 특히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의 이야기에 크게 호응했던가 보다.

이 알파고의 이야기가 크게 회자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지닌 컴퓨터가 혹시라도 시간이 흘러 자의식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며 인간의 일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긍정론에서 인간이 지닌 도덕적 인식의 결여로 인류에게 재앙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이런 현상을 보며 혹시라도 아이가 이해했듯 영화에서 나온 일이 정말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잠시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투에서 일어날 무수한 경우의 수를 두고 허패를 진패로 만드는 전략 전술이 녹아 있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으니 이런 두려움은 가히 현실감까지 획득하게 된다. 그러면 인간을 위협하는 컴퓨터를 두고 투쟁이냐 공존이냐의 이데올로기 논쟁을 하고 일자리를 뺏은 기계를 파괴하는 지난 세기의 일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인간과 인류 역사에 대한 믿음에 충직하고 싶은 나는 어쩔 수 없이 긍정론에 손을 든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인간에게는 서로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어.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무궁한 능력이 있어. 그러니 우리, 너희 세대가 이끌어갈 미래를 믿어보자.’

필자가 소속된 단체에서는 올해부터 시민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글귀를 모아 매월 소개하는 글판을 운영 중이다. 범어아트스트리트 한 스튜디오 앞에 비치되어 있는 그 글판에는 이달부터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앉는 나비를 보아라…마음아’(함민복의 시 ‘나를 위로하며’ 가운데)라는 글이 걸려있다.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아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활과 일의 맥을 짚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비단 일상이 이럴진대 내 전체의 삶은 어떠할까. 하지만 우리의 몸에는 나비처럼 꽃을 찾아가 앉으려는 본능적인 삶의 긍정성이 흐르고 있다. 그러니 두려움에 떨면서도 삐뚤삐뚤 길을 가고 있는 나도, 우리의 인류도, 결국은 꽃송이를 찾아가 앉을 것이라는 믿음은 떨쳐버릴 수 없다. 단지 꽃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감각만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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