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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법정 옮김, 숫타니파타)
필자는 올해 초 젊은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모험을 시작했다. 의미 있는 문화공간이나 예술가 그리고 그들의 소식이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또 일반 시민도 독자투고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문화예술 잡지 발행이 그것이다. 시인의 신작시를 싣고 ‘이달의 기행’란은 독특한 주제로 채우고 있다. 물론 발간 비용 일체는 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문화공간을 소개하는 ‘지나는 길에 들렀所’란은 괜찮은(?) 곳을 발굴하겠다는 탐험가 정신으로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달콤한 상상은 채 몇 달을 못 넘기고 산산조각이 났다.
매달 발행해 현재 3월호까지 나왔는데, 정작 우리가 생각하는 그 괜찮은 공간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예상 밖의 복병이었다. 상업성과 약간의 거리를 두며, 인문학적 주제를 다루는 곳이 정말 이것뿐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개중 다수는 운영자금이 바닥나서 벌써 문을 닫았거나, 열어도 개점휴업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도 아니면 공공기관의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중이거나, 운영이 어려워 공간지기가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으로 자리를 비우는 때가 많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역의 독립문화를 소개하는 독립잡지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북성로에 가면 독립잡지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더 폴락’이란 곳이 있다. 2012년에 문을 열어 현재까지 운영 중인데 마니아 사이에선 아주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필자가 운영하는 독립책방이 전부인 것 같다. 광역시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 폴락에 갔더니, 대구에서 매달 발행되는 독립잡지가 월간 ‘시인보호구역’뿐이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뿌듯하기보다 너무나도 참담했다. ‘청년도시 대구’ ‘문화예술 도시 대구’를 표방하는 광역시치고는 부끄러운 성적표다. 더구나 명색이 광역시 아닌가. 이런 쪽으로는 너무나도 음지다. 앞서 언급한 공간이나 예술가 또한 대부분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지 않는 도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도시! 이게 현주소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씁쓸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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