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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정 |
지인들과 따뜻한 봄을 한번 느껴보자며 드라이브를 나섰다. 비닐하우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봄꽃들이 한껏 교태를 부리고 있는 화훼 단지를 지나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보였다. 야구 경기장을 보면서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 극장이 생각나, 그곳에서 본 야외 오페라와 음악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면서 웃기도 하고 아련한 감상에 젖기도 하였다.
사이프러스 나무의 숲으로 둘러싸인 이탈리아의 축제 도시이자 문화적 향기로 넘쳐나는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 무대이기도 한 곳이다. 베로나의 상징과도 같은 아레나 극장은 현존하는 고대 원형 경기장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로마 시대에는 콜로세움과 마찬가지로 검투경기가 벌어졌는데, 경기장 바닥에 깔아놓은 모래는 검투사들이 흘린 피로 붉게 물들고 그 위에 또 모래를 덮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레나는 원형 경기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모래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잔인하고 처절한 비극의 장소가 야외 오페라의 성지가 되었는데, 해마다 6월부터 여름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나온 아레나의 묘한 분위기와 관중석 어디든 가수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완벽한 음향으로 전 세계의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가 되고 있다.
오는 7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초대형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고대의 스포츠라 할 수 있는 검투가 벌어진 장소, 현재의 스포츠인 야구장에서의 오페라 무대. 극대화된 인간 본성의 합법적인 표출 장소인 두 곳에서 예술 작품 중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우며 아름다운 오페라를 공연한다니 야릇한 감상에 마음이 간지럽다. 무대 설치나 음향, 조명 등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날씨와 주변의 소음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혀 완성도가 떨어지기 쉬운 야외 오페라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필자가 참여했던 경주 불국사에서의 오페라 ‘원효’공연 때 갑작스러운 비로 여러 스태프가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음향과 고대 건축물을 배경으로 세워지는 고풍스러운 무대를 가진 아레나 극장과 비교될 바는 아니겠지만,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들은 야외 오페라의 단점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많은 고민과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리라 믿는다. 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야외 오페라 사업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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