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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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5  |  수정 2016-04-15 10:09  |  발행일 2016-04-15 제17면
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 원장>
20160415

따르릉~. 늦은 밤 잠을 깨우는 전화 벨소리가 심상치 않다. 낮에 차를 몰고 나간 K씨가 아직 집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교외에 있는 숲과 꽃으로 우거진 멋진 저택에 사는 그를 방문했을 때, 그는 똑같은 말을 다섯 번씩이나 반복했다. “박 원장님은 US steel(미국 강철)입니다. 강철 같은 의사입니다.” 여자이지만 내가 우직하고 강한 추진력이 있다며,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내게 항상 그렇게 칭찬을 하셨기에 나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집을 찾지 못했고, 급기야는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다. 이번에도 집 바로 앞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술을 좋아하던 그에게 치매가 온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비 맞은 벚꽃이 가로등 아래에서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우리의 젊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할아버지나 할머니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듣게 되면 우울해진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기에 따라 새로운 호칭을 듣게 되는 것이다. 누구라도 노화를 피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새로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암이나 뇌졸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치매다. 치매는 사람을 황폐하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한꺼번에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본인과 가족에게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는 65세 이상에서 연령이 5세 증가할 때마다 유병률이 2배 정도 높아져, 80~84세 노인의 경우 약 25%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제 12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면 그 누구도 치매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건강이 중요하다.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걷기나 의사소통을 못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건강하고 품위 있게 늙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우선 스트레스가 없어야 하고, 숙면을 취하고 많이 웃고 우울하지 않아야 하며,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한 번쯤 재고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책을 많이 읽어서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손을 많이 사용하는 바둑이나 카드놀이 등도 치매예방에 중요하다.

봄날이 가고 있다. 우리의 젊음도 가고 있다. 이 봄이 가기 전 이제 우리도 멋진 노후를 위해 새롭게 준비해 보자. 오늘은 멋진 뇌 기능을 위해 시집 한 권 구입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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