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희망인재 프로젝트] 키다리 아저씨께 띄우는 편지

  • 김은경,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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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4 07:20  |  수정 2016-05-14 07:23  |  발행일 2016-05-14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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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2016 희망인재 프로젝트 발대식’에서 장학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는 ‘대구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각오로 2013년부터 지역 우수인재양성 프로그램인 ‘희망인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인재를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영남일보와 대구사회복지관협회, 익명의 후원자그룹인 키다리아저씨, 희망멘토 등 다양한 그룹에서 참여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올해 졸업한 김기용·김시경군이 프로젝트를 후원해준 키다리아저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올해 희망인재 프로젝트 장학생들은 고려대, 연세대, 부산대 등 국내 주요 대학에 진학하는 결과를 냈다. 희망인재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키다리아저씨는 희망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053)756-9985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가슴에서 우러나온 마음으로 이웃 돕는 게 꿈”
김기용(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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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시절, 저는 항상 자존감과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급식 대상자를 부를 때 혹시 친구들이 눈치를 채지 않을까 걱정했고,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고 싶다고 할 때면 낡은 아파트가 부끄러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라며 둘러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 것”이라며 세상을 비관했습니다.

중고교 시절 힘들게 공부하면서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저를 도와주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희망인재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제가 얼마만큼의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차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저의 아픔을 알아주고 거기에 함께해준다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제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습니다.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돌려주어야 한다”라는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마음으로 돈 없고 힘없는 우리 사회의 이웃들을 도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 꿈입니다.

누구보다 아파 봤고, 누구보다 힘들어 봤던 제 어린 날의 기억은 더 이상 상처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아파 봤고, 누구보다 힘들어 봤기에 누구보다 그런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제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탁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현재 자존감과 자신감이 매우 높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나와 친구들이 겪은 복지문제 해결하고 싶어” 
김시경(고려대 경제학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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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아람단이라는 단체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아쉬움, 옷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불편함, 아버지의 차량이 멋진 세단이 아닌 낡은 트럭이라는 것에서 창피함을 느껴 가족들한테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어린 시절 이기적이었던 제 모습을 후회하였고,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길러주고 사랑을 베푸셨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은 당신의 몫을 넘치도록 해내셨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돈이 조금 없는 것이 내가 공부를 못하게 된 이유, 대학을 못 가게 된 이유라는 변명을 하고 싶지 않으며, 부모님이 주신 많은 것이 이미 나라는 사람이 살게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여러 교내활동 및 희망인재 프로젝트 등 주어진 환경에서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이제 저의 꿈인 사회보장제도를 연구하는 노동경제학자가 되어 저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겪어온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또한 선별적 복지에서 발생하는 복지사각지대 문제, 보편적 복지에서 발생하는 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문제에서 불행함을 조금이나마 덜 느끼게 된다면 그것을 경제학도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로 삼겠습니다. 또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칠 뿐 아니라 경제적인 한계에 부딪혀 꿈이 좌절되지 않도록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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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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