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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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2  |  수정 2016-06-02 07:55  |  발행일 2016-06-02 제21면
[문화산책] 추억
조지영 <성악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 ‘루앙대성당’ 연작을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햇빛에 의해 색깔이 변하는 건물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모네는 대상이 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여러 번 표현하는 화가로 유명하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흐릿하고 몽롱한 느낌이 들면서 그곳에 마치 내가 서 있었고, 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은 추억으로 남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는 자연에 의해 변화하는 찰나의 느낌과 분위기를 그리고 남겼다. 그 순간 자신이 있었던 그곳에 남긴 추억으로 들어 갈 수 있게.

그는 사랑하는 아내 카미유가 죽을 때도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을 그렸다. 그녀의 미묘한 변화를 그림에 담은 것이다. 이것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그렇게 그림에 미쳐있냐고들 한다. 하지만 얼마나 아내를 사랑해 죽는 순간까지 그 모습을 잊을까 싶어 자신의 심장이 타들어가면서까지 그렸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엔 많은 찰나를 손에 들려있는 사진기로 저장한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일 수도.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사진을 보며 추억하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잊어버릴 즈음 어느 낡은 사진첩을 보며 다시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순간을 남기고 마음에 새긴다는 것은 얼마나 감미로운 일인가. 그렇게 멋지게 남긴 사진과 그림들은 오늘날까지도 스스로에게 또는 사람들에게 각자 추억의 상자를 열어 그때로 돌아가게 한다. 그 추억으로 인해 다시 슬픔, 야속함, 연민, 환희, 그리움 등을 느끼기도 하고, 그때를 이야기하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향기나 소리까지도 구체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모네도 아마 그 순간을 남기고 싶었으리라. 아침 태양부터 저녁 노을이 피어날 때까지 달라지는, 같은 건물의 색과 느낌 및 향기를 자신만의 추억에 남기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아픈 아내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통해 혹여 그녀가 희미해질 때 그때의 그리움과 아내의 목소리 등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게 묶어 두려 했던 것 같다. 어떤가. 지금 함께하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순간, 혼자만의 시간을 사진으로라도 남겨 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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