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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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9  |  수정 2016-06-09 07:59  |  발행일 2016-06-09 제22면
[문화산책] 마왕
조지영 <성악가>

바람이 부는 새까만 밤, 말발굽 소리만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주변은 고요하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작은 아이는 창백한 낯으로 “아버지, 마왕이 날 데리러 왔어요. 무서워요”라고 말한다.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는 애가 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말에게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것뿐. 그때 그 아이에게 속삭이는 달콤한 소리. “사랑스러운 아이야. 나와 함께 가자. 그곳엔 향기로운 꽃과 옷들 그리고 즐거운 놀이가 널 기다리고 있단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무섭다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그저 바람 소리, 들풀을 잘못 본 것이라 한다. 아프고 힘이 없는 아이는 마왕의 유혹과 힘을 견디지 못한 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슈베르트가 18세 때 작곡한 가곡 ‘마왕’은 빠르게 달리는 말발굽 소리로 시작해 바람이 부는 어두운 밤과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 아이의 두려움, 마왕의 달콤한 속삭임을 음악으로 표현해 괴테의 시를 한층 더 아름답고 슬프게 담아냈다.

슈베르트는 죽음과 외로움을 잘 나타낸 작곡가다. 그의 삶은 가난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지만 마음의 고독을 채우지 못한 그가 쓸쓸히 병사할 때 느낀 죽음, 외로움. 그가 죽기 전 작곡한 24곡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사랑을 잃은 젊은이가 모든 걸 포기하고 길거리 악사와 함께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렸다. 그 쓸쓸하고 아름다운 겨울의 선율을 영국의 음악 평론가 세실 그레이는 “그는 시의 어휘에 더 이상의 것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음으로 표현했다”고 이야기했다.

31세 젊은 나이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기고 세상을 뜬 그는 왜 삶에 대해 그토록 힘이 없었을까. 그가 친구에게 쓴 편지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장엄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도 아주 초라해 보인다. 그럴 때 우리가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 해야 하는 건가. 대자연이 가진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에 비춰보면 지상에서의 삶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그 스스로는 삶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았을지 몰라도 오늘날 그의 음악들은 적어도 음악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것만 봐도 세상에서의 짧은 그의 삶은 이미 커다란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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