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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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6  |  수정 2016-06-16 07:26  |  발행일 2016-06-16 제21면
[문화산책] 위로
조지영 <성악가>

‘아플 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건 명의가 내린 처방전도 아닌, 어떤 위대한 사람의 조언도 아닌,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또 다른 이를 만났을 때이다.’

어렸을 적 치과에 가면 특유의 알코올 냄새와 차가운 은색의 기구들 때문에 온 몸이 빳빳이 굳어버렸다. 커다란 마스크 위로 내려 보는 두 눈이 어찌나 무섭던지. “이거 하나도 안 아파. 잠시 눈 감고 아~ 하고 있으면 벌레 잡고 금방 끝나.” 거짓말. 소리치며 우는 내 곁에 어떤 아이가 입에 병원 솜을 물며 다가와 함께 울어준다. 그 울음이 내게 위로가 되었을까? 눈물을 삼키며 전쟁같았던 치료를 끝내고 곧장 엄마 곁을 지나 또래에게 다가간다. “너무 아파. 그런데 내일도 와야 해.” “나도 아팠어. 그럼 내일 만나.” 순간 처음 본 또래 아이와 절친한 벗이 된다.

‘나도 아팠어’라는 말이 왜 그리 좋던지. 다음날 그 싫던 치과 가는 시간을 어제 본 친구를 위해 지켜낸다. 이상하게 그 친구와 있으면 치과가 그렇게 무섭지 않고, 치료도 견딜 만했다.

자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살면서 느낀 모든 기쁨, 환희, 슬픔, 억울함, 고통 등 세상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속에서, 누군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을 공유할 때 그 알 수 없는 포근함이 내 심장을 통해 온 몸으로 뜨끈히 채워졌다. 모르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 백신이 되어 준 것이다.

지금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사업이 망해 홧김에 지나간 노인을 폭행한 성인, 학교에서 자신을 따돌린 아이의 행동과 말투가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해 2년째 어머니와 대화 없이 살았던 아이,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버지니아 공대 외톨이 학생 등. 메말라가는 사회에서 어쩌면 이들은 위로 받지 못해 마음에 돌덩이를 안고 있다가 그만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이지 않을까? 만일 주변에서 단 한번이라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면 어땠을까?

“괜찮니?” “나도 그랬어.” “많이 아팠겠구나.” 공감이라는 엄청난 백신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가?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며 마음을 치료해주는 명의가 돼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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