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너희들 꿈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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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7  |  수정 2016-06-17 07:34  |  발행일 2016-06-17 제17면
[문화산책] 너희들 꿈은 뭐니
장오 <대구시립무용단 제작기획>

며칠 전 한 중학교에 전문직업인 초청 강연을 다녀왔다.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한 지 오래되어서 걱정이 앞섰다. 북한군도 두려워(?)한다는 대한민국의 중학생들 앞에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은 더 커졌다.

첫 수업을 시작하니 13명의 학생이 자리에 앉는다. 5명의 남학생과 5명의 여학생, 또 다른 3명의 여학생. 교실 분위기는 이렇게 나뉜다. 첫 만남에 대한 서로의 경계심과 탐색전은 오래가지 않는다. “너희들 꿈은 뭐니?” “누구하고 결혼하는 거요.” 아이돌의 한 사람이란다. “무슨무슨 연예학교 가는 거요.” 그러면서 5명의 여학생은 자기들만의 언어로 소리를 지른다. 세대차이, 언어장벽, 소통불능의 사태가 일어난다. 당돌한 이 여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극적이고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둘째 수업은 첫 수업과는 다른 분위기의 학생들이 앉아 있다. 여학생 9명과 남학생 1명. 청일점 남학생에게 관심이 먼저 간다. “너는 꿈이 뭐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없는데요”라고 대답한다. “꿈이 없어도 하고 싶은 게 있잖아?” “없는데요.” 질문을 계속하면 더 힘들어할 것 같아 여학생들에게 관심을 돌린다. 여학생들도 처음에는 “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한 여학생의 대답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의사, 공군, 영어선생님, 스튜어디스, 헤어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IT 전문가, 선생님. 이렇게 입을 열기 시작하자 헤어디자이너가 꿈이란 여학생이 친구들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분위기는 조금 산만해진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은 남학생에게 계속 신경이 쓰인다. 하고 싶은 거나 좋아하는 게 뭔지 물어보니 어렵게 입을 연다. “게임요.” “게임? 왜?” “그냥 재미있어서요.” “그럼 게임을 만드는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냥 게임만 하는 게 좋아요.”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부질없는 질문을 한 것처럼 내가 미안해진다. 이 아이들의 꿈을 빼앗은 건 무엇일까.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꾸고 이룰 수는 없는 것일까. 무조건 최고가 되어야만 하고 친구를 짓밟아서라도 이겨야만 성공하는 사회 속에서 이 아이들이 과연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현실을 더 잘 알기에 이룰 수 없는 허망한 꿈을 꾸거나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문득 나의 꿈도 궁금해진다. 지금 나의 꿈은 이 학생들이 먼 훗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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