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태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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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6  |  수정 2016-07-06 08:02  |  발행일 2016-07-06 제23면
[문화산책] 태풍이 온다
홍영숙 <시인>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미크로네시아 전사의 이름을 딴 제1호 태풍 ‘네파탁’이 북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014년 중국 남부와 베트남을 강타해 많은 인명피해를 주었던 ‘람마순’은 태풍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태국의 디저트 종류 중 하나인 ‘부알로이’라는 이름으로 교체 사용한다고 밝혔다.

태풍의 이름은 여러 개의 태풍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예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붙이게 됐다. 당시 호주의 예보관들은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의 예보관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붙였고, 1978년부터는 남자와 여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2000년부터는 태풍위원회 회원국이 각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순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태풍의 순우리말은 ‘싹쓸바람’이다. 한 번 휩쓸고 가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태풍의 위력이 대단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조금이라도 태풍의 피해가 덜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등 귀엽고 연약한 곤충이나 동·식물의 이름을 제출했다. 북한에서도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매미’ 등 10개의 이름을 제출했다. 그러나 람마순의 사례처럼 태풍의 이름이 퇴출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태풍 ‘나비’는 2005년 일본을 강타해 엄청난 재해를 일으켜 태풍 이름 목록에서 영구 제명됐다. 북한이 제출한 태풍 ‘매미’ 역시 역대급 슈퍼태풍으로 2003년 경상도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혀 태풍위원회로부터 퇴출됐다. 이후 ‘나비’는 ‘독수리’로, ‘매미’는 ‘무지개’로 변경됐다. 태풍은 사람들에게 해만 끼친 것은 아니었다. 태풍 ‘더그’ ‘찬홈’은 극심한 가뭄의 해갈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 ‘효자 태풍’으로 불리기도 했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제1호 태풍 ‘네파탁’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은 아직 그 경로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미 세상의 경로 불명인 수많은 태풍 속에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물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때로는 오싹하고 때로는 등이 시려도 비는 비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네파탁이 온순한 전사이기를, 태풍이름 목록에서 부디 퇴출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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