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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화가> |
아침이면 집 뒷산에 오른다. 7월의 이파리들이 싱그럽고 새들의 합주가 청아하다. 나무 그늘에서는 수박화채 같은 향기가 난다. 눈을 감고 팔을 벌려본다. 바람이 불어와 가슴 가득 안긴다.
인간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DNA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청청한 빛깔과 소리, 향기를 가까이하며 심신을 다스린다. 옛 화가들이 산수를 그려서 곁에 두고 감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산수는 당나라 이전에는 인물화의 배경으로만 그려졌다. 그러다가 당나라 때부터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며 크게 유행했다. 그것이 바로 수묵산수화다.
당나라 때의 장조는 “밖으로 자연을 배우고 안으로 마음의 근원에서 얻는다”고 했다. 이는 자연을 빌려 화가의 뜻을 표현한다는 말이다. 수묵산수화는 왕유가 유행시켰다. 왕유는 시인이자 음악가요, 화가이자 화론가로, 어느 것 하나에도 치우침이 없는 불교신자이기도 했다. 자연을 숭상하여 만년에는 은거하며 화론을 저술하고, 거문고를 타며 시와 벗하고 살았다. 자연 속에서 그림과 일체된 수묵화를 그려 문인화의 우상이 되었다. 명대의 화론가 동기창은 왕유를 ‘수묵산수화의 시조’이자 남종화의 수장으로 꼽았다.
왕유는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 ‘강간설제도(江干雪霽圖)’는 그야말로 힐링이 필요한 이 시대에 울림이 더 큰 그림이다. 눈 내린 강 언덕을 홀로 걷고 싶게 만드는 한가로운 정경이다. 시원시원한 공간 구성으로, 하늘과 땅은 드넓은 여백으로 처리했다. 화면 중앙에는 먹 선으로 준법을 살린 바위 위에 집을 지어놓았다. 그 주위를 사람들이 도란도란 거닌다. 강에는 배 한 척이 한가로이 떠 있고, 강 건너에는 완만한 산들이 중첩되어 깊은 골을 형성한다. 군데군데 그림 같은 집들이 평화롭다.
시적인 운치가 가득한 그림이다. 왕유는 “산은 나무를 빌려 옷을 삼고, 나무는 산을 빌려 뼈를 삼는다”라거나 “겨울 경치는 곧 땅을 빌려 눈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수묵산수화는 사대부나 선비에게 수양 덕목의 필수요건으로 1천년간 이어진다. 왕유를 높이 숭상하는 이유는 내면세계와 실천이 하나가 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수묵산수화는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깊고 담박하다. 감상자의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수묵산수화는 ‘오래된 힐링 아트’다. 당장 보기에는 원색의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은근한 묵향이 더 매력적인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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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힐링 아트’ 수묵산수화](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7/20160711.0102207534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