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종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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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2  |  수정 2016-07-12 08:16  |  발행일 2016-07-12 제25면
[문화산책] 종가문화
권경훈 <연극인>

“그럭저럭 나이 차서 십육세에 시집가니 청송 마평 서씨문에 혼인은 하였으나 신행날 받았어도 갈 수 없는 딱한 사정, 신행 때 농 사오라 시댁에서 맡긴 돈, 그 돈마저 가져가서 어디에다 쓰셨는지? 우리 아배 기다리며 신행날 늦추다가 큰어매 쓰던 헌농 신행발에 싣고 가니 주위에서 쑥덕쑥덕. 그로부터 시집살이 주눅들어 안절부절, 끝내는 귀신붙어 왔다 하여 강변 모래밭에 꺼내다가 부수어 불태우니 오동나무 삼층장이 불길은 왜 그리도 높던지. 새색시 오만간장 그 광경 어떠할고, 이 모든 것 우리 아배 원망하며 별난 시집 사느라고 오만간장 녹였더니 오늘에야 알고보니 이 모든 것 저 모든 것 독립군 자금 위해 그 많던 천석 재산 다 바쳐도 모자라서 하나뿐인 외동딸 시댁에서 보낸 농값 그것마저 다 바쳤구나.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내 생각한 대로 절대 남들이 말하는 파락호는 아닐진대….”

2012년 가을에 했던 연극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는 공연을 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가슴 한 곳에서 아직도, 아니 영원히 남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의성김씨 학봉종택의 13세 종손으로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김용환의 삶을 다뤘다. 앞의 내용은 연극 중 1995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김용환의 외동딸 김후옹 여사가 아버지의 생전 공로로 건국 훈장 애국장을 추서받는 자리에서 읽은 아버지에 대한 소회를 담은 편지글이다. 나 자신도 안동권씨 집안 출신으로 이 공연에 참여하면서 종가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3년 전 성주 한개마을에서 7개월 정도 연극 공연을 준비하면서 또 한번 종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에 위치한 한개마을은 성산이씨 집성촌을 이룬 곳이다. 조선시대 과거급제자를 33명이나 배출하기도 했다. 깊어가는 신록과 자연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빚어내고, 기와집을 돌며 만들어진 골목 골목마다 이야기가 숨어있다. 곡식이나 음식을 보관하기에 알맞도록 두꺼운 흙벽으로 만들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간에서는 조상들의 지혜를, 열대식물인 귀한 파초를 심은 것에서는 자신들의 권세를 드러냈던 양반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 손님 한 명 한 명 따로 대접하기 위해 썼던 상을 처마 밑에 걸어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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