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연극배우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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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9  |  수정 2016-07-19 08:00  |  발행일 2016-07-19 제25면
[문화산책] 연극배우로의 삶
권경훈 <연극인>

1990년대 말 ‘예술이야’라는 말이 난무했다. 나는 그 말이 듣기 싫었다. 예술인이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가벼워보이기도 하고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예술한다며 ‘이해 못해도 상관 없어요. 내 연기예요’라고 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이고 자기 연기에 대해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옛날 노비와 천민이 양반이라는 신분을 돈으로 사서 양반이 여기저기서 생겨나면서 “야, 이 양반아”가 욕이 되버린 것처럼 예술도 이렇게 욕이 되어버린 때가 있었다.

어쨌든 삶이 예술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저녁 노을을 보며 “야, 멋지다”라고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나서 “와, 너무 좋아”라고 하는 것들. 결국 예술 자체도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예술은 이처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꿈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실천하진 않았다. 돈, 시간, 주위 환경을 핑계로 실천하는 노력이 적었다. 반성한다. 연극배우로서의 직업이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이곳 대명공연문화거리로 이사온 것도 만 12년이 지났다. 수성구 황금동에서 극장과 극단을 따라서 이곳 남구 대명3동으로 이사했다. 일정한 수입 없이 연극배우로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시골이라면 농사라도 지어 자급자족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당시 집에서 반대한 건 물론이고 주변에서도 응원을 해주기는커녕 비웃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인정받는 배우를 꿈꾸며 새로 태어난 것처럼 시작했다.

연극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0년 전 대구의 전통 있는 4개 극단이 공동 제작해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따라지들의 향연’이라는 공연을 올린 적이 있다. 이때 나는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아서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다. 기라성 같은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기대를 받으며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러나 연습 도중 주인공으로는 부족하다고 해 주인공에서 단역배우로 역할이 바뀌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마음이 아파 3일간 울었을 정도로 그때의 상실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요즘도 공연 연습 때 힘들거나, 나태해질 땐 그때를 기억하며 이를 악물고 쌍코피를 쏟아가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임한다. 매번 이 작품이 내 생애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어제 죽은 이가 오늘을 그토록 살고 싶었던 것처럼 하루하루 귀하고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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