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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화가> |
화가는 소재를 빌려 영혼을 담는다. 소재는 씨앗이다. 화가는 그 씨앗을 품었다가 그림으로 꽃피운다. 소재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고 거창한 소재만 고집하지 않는다. 때로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소한 소재를 캐스팅한다. 한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라고 했다. 화가가 선택한, 사소한 듯한 소재도 오래 보아온 ‘사랑스러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태어난 그림인 만큼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소재에 빛을 준 화가 중에 중국 근대미술의 거장인 제백석(1864~1957)이 있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와 꽃, 곤충, 물고기, 인물 등을 소박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물의 ‘닮음과 닮지 않음’에 대하여 중도를 지킬 줄 아는 능력도 겸비하였다.
중국 청대의 화가 석도(1641~1707)는 “그림은 닮음과 닮지 않음 사이에 있는 것을 귀히 여긴다”고 했다. 제백석은 석도의 이론에 대하여 “닮지 않은 것은 세상을 속이는 것”이고, “지나치게 닮은 것은 세상에 아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화가는 닮음과 닮지 않음 사이의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
제백석은 허난성 샹탄현에서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목공일로 생계를 꾸렸다. 틈틈이 조각을 익혀 예술가로서의 기량을 쌓았다. 스무 살 무렵, 동양 회화의 기법을 설명해놓은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20대 중반에 화가로서 명성을 떨친다. 고향을 떠나 더 넓은 지역을 여행하며 그림 세계를 숙성시켜갔다. 55세에는 베이징으로 터전을 옮겨 마침내 근대 중국화의 거장이 된다.
제백석은 95세까지 장수하며,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고단한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녹여 넣은 작품은 거친 듯하면서도 세밀하고 때로는 대범하였다.
작품 ‘십 리 밖 개울의 개구리 소리’는 91세에 그린 것으로 사물에 뜻을 초월한 경지가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빠른 물살을 가르며 올챙이가 넓은 세상으로 내려오는 찰나를 포착했다. 마치 자신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대도시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그린 것만 같다. 짙은 먹색과 여백의 흰 물살이 대비를 이루어 경쾌하고 리듬감이 넘친다. 노화가의 동심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귀한 그림이다. 김남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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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귀한 그림](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7/20160725.0102208074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