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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숙 <시인> |
“옛날에 재주 많은 여덟 쌍둥이가 살았어. 첫째는 천리보기만리보기, 둘째는 여니딸깍, 셋째는 진둥만둥…(중략)이었단다. 어느 해는 쌍둥이들이 사는 마을에 흉년이 들었어. 마을 사람들은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지. 하루는 쌍둥이들이 마을 뒷산에 올라갔어. 천리보기만리보기가 산꼭대기에 서서 ‘뭐 먹을 것이 없나?’하고 마을을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랐지. 마을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집 곳간에 곡식이 가득가득 쌓여있는 것이 보였거든. 거기가 어딘가 하고 봤더니 글쎄, 바로 그 고을 원님이 사는 집이지 뭐야.”
‘재주 많은 여덟 쌍둥이’는 내가 아이들에게 잘 들려주는 옛이야기 중 하나다. 여덟 명의 쌍둥이가 각자의 재주로, 자기 뱃속만 채우는 고을의 원님을 혼내주는 이야기다. 어느날 밤 여니딸깍이와 진둥만둥이가 곳간을 찾아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곳간이 텅 비었고, 관아는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도망가지 않는다. 깊은 밤 감옥에 갇힌 쌍둥이들이 서로 교대를 하는 대목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온몸에 힘이 실린다. 감옥의 자물쇠가 열리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딸각!’을 외친다. 이야기의 막바지에서 깊으니얕으니가 능청스럽게 “어, 여기 별로 안 깊은데?”하며 바다 한가운데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자 사또는 또 당황한다.
들려주는 문학의 특징은 단순함에 있다. 반복과 대립 속에서 빠르게 진행된다. 불필요한 묘사나 장황한 설명, 너무 잘 짜인 이야기는 흥미를 떨어뜨린다. 상상의 힘이 펼쳐질 빈자리가 많아야 듣는 이 스스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채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의 시련을 함께 겪고 극복해 나간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여덟 쌍둥이는 마을 사람들과 오래오래 잘 살았단다” 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그제야 안도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작은 힘 하나를 키우게 된다. 내면의 성장이다. ‘옛이야기의 매력’의 저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어린 시절 내적인 힘이 충분히 길러지면, 설령 사회 형태나 조건이 바뀌어 어떤 변화와 역경이 닥친다 해도 아이들은 충분히 극복하고 생활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여름방학과 옛날이야기는 참 잘 어울린다.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이 옛이야기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 익살과 해학, 풍자가 주는 재미는 또 어떤가. 시원한 한바탕 웃음으로 무더위도 잊게 하는 것이 옛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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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옛 이야기의 힘](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8/20160803.01025081349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