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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화가> |
옛말에 ‘음식 끝에 정이 난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음식’문화가 변하고 있다. 각자 생활에 바쁘다 보니 마주 앉아 있을 시간조차 부족하다. ‘헬조선’이니 ‘삼포세대’ ‘칠포세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 공공연하고,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1인 가구가 늘었다. 혼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커피숍에서 휴대폰으로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심심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는 것은 농경사회의 모습이다. 산업화를 지나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함께 밥 먹는 모습은 TV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이다. 우리 옛 그림에는 농경사회의 공동체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들에서 밭갈이를 하던 중 사람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입에 군침을 돌게 한다. 조선시대 풍속화가로 유명한 단원 김홍도(1745~1806?)의 그림 ‘새참’이다. ‘새참’은 중국 주나라 때부터 전해오던 풍속으로, 농경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김홍도는 서민의 생활상을 기록하듯이 그린 풍속화뿐만 아니라 산수화, 인물화, 신선도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새참’은 대가족 시절의 정겨움이 넘치는 그림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삼촌, 형, 아우 할 것 없이 모든 가족이 밭갈이에 동참했다. 출출하던 중 마침 여인이 광주리에 밥을 이고 왔다. 온 가족이 모여 앉은 평화로운 정경이다. 밥그릇을 하나씩 들고 지그재그로 편안하게 앉아 밥을 먹는다. 큰아이는 벌써 밥을 다 먹은 듯 술병을 든 채, 어른들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린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의 표정은 느긋하다. 그 옆에서 밥을 먹는 아이가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노동 후에 먹는 밥이어서 꿀맛이다. 한편에서 개가 차례를 기다린다. 새참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김홍도는 배경을 생략한 채, 오로지 인물에만 초점을 두고 그렸다. 짧고 박진감 넘치는 필치에는 옷 주름이 실감난다. 포즈가 다양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살아 있다. 농민의 순박함과 노동의 숭고함이 묻어난다.
혼밥족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싱글들을 위한 식당이 늘어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의 심성에는 함께 먹고 즐기던 공동체의 유전자가 흐른다. 일부 싱글들이 SNS를 통해 모임을 갖고,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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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혼밥’이 놓친 것](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8/20160829.0102407575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