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솔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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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6  |  수정 2016-09-06 07:56  |  발행일 2016-09-06 제25면
[문화산책] 솔거미술관
류진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부장>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도 맑은 9월의 햇살 좋은 날. 짬을 내어 경주엑스포공원 작은 연못 아평지 근처로 산책을 나섰다. 옅은 풀빛의 물결이 사르르 흐르는 아평지에는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솔거미술관이 한 폭의 그림처럼 비치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솔거미술관은 그동안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이문열, 배우 유준상, 가수 김수철 등 많은 유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방문객들에게는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히는 경주엑스포공원의 품격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소산 박대성 화백의 수묵화가 관람객을 반긴다. 소산의 화업(畵業) 50년을 기념하는 ‘솔거묵향(率居墨香), 먹향기와 더불어 살다’ 특별전이 이어지고 있다. 수묵화의 거장 소산의 그림은 모두 82점. 어른 키의 두 세배 쯤 되는 5~6m의 ‘솔거의 노래’와 ‘제주 곰솔’은 압도적이다. 소산은 이 그림을 한지 대신 중국의 전통 종이인 옥판선지(玉板宣紙)에 그렸다. 한지보다 결이 고와서 물기가 훨씬 빨리 번진다. 그래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기울인 심혈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가로 10m 세로 8m의 대작 ‘불국설경’은 그가 불국사에 1년 가까운 시간을 머무르며 그린 그림이다. 작품 앞에 서니, 나무마다 지붕마다 고즈넉하게 눈이 쌓인 불국사의 풍경에 마음은 이미 저만큼 현세(現世)를 떠난다. 신라시대 김대성이 전세(前世)의 부모를 위해선 석굴암을, 현세(現世)의 부모를 위해 지었다는 고찰(古刹) 불국사. 비록 그림 앞에 섰지만, 마치 먼 옛날로 돌아가 천 년 전 신라의 나그네가 된 느낌이다.

전시실을 따라 걷다 보면 눈이 확 열리는 공간과 만난다. 한쪽 벽면에 사각의 창을 내어 주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 곳이다. 유리창 너머론 아평지와 경주타워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다가온다. 여린 녹색이 은은한 아평지 물결은 세밀한 움직임과 함께 이쁜 노랫말처럼 찰랑찰랑 가슴으로 와 닿는다. 아평지와 마주하고, 소산의 그림과 함께 만나면 잠시나마 일상의 고민도 내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공간과 하얀 종이 위에 먹의 짙고 옅음에 따라 그려진 산과 내(川), 나무와 돌…아름다운 물상(物象)과 함께 하는 시간은…즐거움이다. 솔거미술관이 가까이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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