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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
한번씩 ‘갑질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가 있다. 대개 이런 경우는 돈과 권력을 가진 쪽이 그 힘을 이용해 그렇지 못한 쪽에게 과도한 처사를 요구해 일어난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 돈을 가진 재벌, 아랫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윗사람 등이 무분별하게 그들이 가진 힘을 행사할 때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TV 코미디프로그램에 갑을관계를 풍자한 코너까지 등장했을까.
공공아트센터에 근무하다 보면 이런 갑을관계에 놓일 일이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대개 공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공연장이 갑으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단체는 공연수입이든 지원금이든 어떻게든 재원을 조달해 운영하기 바쁜데, 문예회관은 지방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기획공연 예산으로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예술가나 예술단체와 일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약서 상에는 우리가 공연료를 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갑, 예술단체는 공연료를 받으니까 을로 표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초청 공연과 달리 대관 시에는 돈을 내는 사람이 대관자이고 공연장은 받는 입장인데도 마치 극장이 갑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공연장에서 할 수 없는 공연, 해서는 안 되는 부대행사 등 쓰는 사람 입장에선 내 돈 내고 내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느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불만은 표를 사서 공연 보러 오는 관객 입장에서도 나올 수 있는데, 입장연령 제한은 왜 그리도 엄격한지, 지켜야 될 관람 에티켓은 뭐가 그리도 많은지, 기분 좋게 가족과 공연나들이 갔다가 마음만 상해서 돌아온다는 관객들도 더러 있다.
문제는 실제 공연장 종사자 중에서 자신을 갑으로 포지셔닝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우리는 대하는 모든 이들(예술가, 단체, 관객 등)을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만나야 한다. 우리가 초청했지만 그들이 공연장에 머물며 느낀 많은 것들이 우리의 대외적 이미지를 결정하고, 대관하러 들어온 이들이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에 만족해야 다음에 다시 대관을 마음먹게 된다. 관람예절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훌륭한 문화시민을 만들 수도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민의 세금을 기본 재원으로 일하는 우리 같은 공공아트센터는 대하는 모든 이를 고객이라고 다시 한번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땅의 많은 갑들도 이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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