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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정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홍보팀장> |
중국 전국시대의 학자인 순자는 ‘인간의 성품은 본디 악하다’는 내용의 ‘성악설’을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순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정말 ‘악한 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본디 악한 것일까?
2009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재벌 집안의 유산 상속과정과 가족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악역은 극중 주인공인 고은성(배우 한효주 분)의 새엄마인 백성희(배우 김미숙 분)라는 인물이다. 백성희는 재혼한 남편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지체장애를 가진 남편의 아들을 고의로 버렸고, 그의 딸 고은성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소위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4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꽤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모든 악행이 드러난 후 백성희가 했던 기가 막히도록 당당했던 한 마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녀의 변명은 이러했다.
“누구나 내 입장이 안 되어 보고서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나 역시 살고자 했던 일일 뿐.”
많은 사람이 이 대사에서 더 분노를 느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 한 마디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악역이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뮤지컬 ‘삼총사’에 등장하는 ‘밀라디’는 삼총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음모에 가담하는 악역이다. 하지만 삼총사의 리더인 아토스가 사랑했던 옛 연인이기도 한 그녀는 사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향한 복수심 때문에 악의 길로 빠진 인물이다. 또 뮤지컬 ‘레베카’에 등장하는 ‘댄버스 부인’은 주인공인 ‘나’를 늘 곤경에 빠뜨리며 오만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이 섬겼던 ‘드 윈터 부인(레베카)’을 숭배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가끔 내가 정말 미워하는 상대가 있으면 그 사람이 한없이 악한 사람이길 바라는,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을 그렇게 합리화시키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혹여나 지금도 내가 만들어낸 악역은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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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쁜사람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9/20160923.0101707435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