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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진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부장> |
요즘 만남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만나도 되는지, 안되는지조차도 걱정거리가 됐다. 김영란법 때문이다. 만남 속에서 혹 생길지도 모르는 오해로 어려운 상황과 만나고 싶지 않은 탓이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많은 이들과 만난다. 그리고 헤어진다. 거창하게 회자정리(會者定離)니 거자필반(去者必返)이니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삶 자체가 그런 과정의 연속이다. 요즘 아무리 ‘혼술’이나 ‘혼밥’이 유행이라곤 하지만, 홀로 살 수 없는 존재기에 더욱 그렇다. 그 속에서 인연(因緣)도 생긴다. 좋은 인연도 생기고 그렇지 않은 인연도 생긴다. 만남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던 느낌이 다른 까닭이다.
김영란법으로 만남 자체가 회자되는 요즘 내겐 오래전 짧은 인연이 기억에 떠오른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속담처럼 정말 짧은 만남이었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그런 만남이었다.
한참 전인 1990년 겨울이었다. 신문사에 막 입사한 후 처음으로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강원도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폭설로 춘양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다. 부모님께 취직의 기쁨도 전해야 하기에 마음은 바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이야 노루재 터널이 뚫렸지만, 그땐 눈이 많이 내리면 길이 미끄러워 운전사들이 고개를 넘기 싫어했다.
어쨌든 밤을 보내야 했기에 찾은 곳은 작은 여인숙. 그곳에서 난 함께 버스를 탄 네 사람과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짧은 만남을 가졌다. 새벽에 첫 기차를 타고 가야 하기에 잠을 청하기도 어정쩡하고, 방도 좁기에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로 한 밤을 지새웠다.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만날 인연이 거의 없는 이들과 한없이 편안하게 어울렸다. 그리고 한 밤을 포옥 새운 새벽, 어떤 기약도 약속도 없이 헤어졌다. 그들이 누구인지 기억에도 없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도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이름 없는 여인숙에서의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설렘으로 남아있다. 참으로 좋은 만남이었기에….
이제 오십을 넘은 나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과 만남이 있었다. 기쁨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시간 옷깃을 스치는 만남처럼 그런 좋은 만남이 많았으면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입가에 미소가 들 수 있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많은 이해와 존경을 볼 수 있는 그런 만남에는 김영란법도 두렵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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