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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진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부장>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 볼 말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다. 늦은 저녁 사무실을 나서며 이 시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을을 맞은 내 인생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온누리는 가을로 차있다. 쉰을 훌쩍 넘은 내 인생도 가을을 안고 있다. 귀밑에는 어느새 희끗한 머리가 자리하고, 머리숱은 정수리부터 탁도를 잃으며 듬성해지고 있다. 지나가고 있는 삶은 여전히 검은색과 회색을 함께 풀어 놓은 듯 채도는 ‘짙은 흐림’이다. 이런 내게 묻는다. 가을이 더 짙어지는 날 시구(詩句)처럼 열심히 살았는지, 사람을 사랑했고 삶이 아름다웠는지도.
한참 전 신문사를 떠나면서 새롭고 넉넉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언론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힘든 고비를 넘어 시작한 기자의 길에서 주변의 만류도 뿌리치고 궤도 이탈을 할 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아마도 용기를 준 아내가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뒷주머니에 자신의 카드를 넣어주며, 만남의 자리에선 절대 신발 끈을 매지 말라던 그녀 덕분에 침잠의 시간에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여전함으로 세상에서의 위상은 시간의 흐름에도 굼벵이처럼 반걸음도 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나이 오십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는데,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혜는 고사하고 현재의 삶을 헤쳐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주말 동화사에서 열린 간화선 대법회에 참석했다. 많은 대중 속에서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의 인생에도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모든 것은 찰나에 불과한 짧은 여정에 잠시 머물 뿐이다. 이제 시간의 의미는 법외(法外)다. 그렇기에 주어진 인생 여행을 여간하면서도 의미 있는 기억으로 담아야 한다. 많은 길을 다지고 다니며 소중함을 채우고, 어두운 밤길을 걷는 마음으로 항상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걸어가면서, 측은의 마음으로 세상살이의 오만을 다독이는 일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가을이 온 내 인생의 밭에 계절에 맞는 좋은 생각의 씨를 뿌리고,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가꾸기 위해선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된 날을 함께해준 이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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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10/20161025.01025081035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