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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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1  |  수정 2016-12-01 07:59  |  발행일 2016-12-01 제28면
[문화산책] 생명력
이정호<국악작곡가>

지난주 대구 근대골목과 관련된 일화를 바탕으로 글을 썼는데 어느 독자로부터 너무 잘 읽었다는 연락을 직접 받았습니다. 과분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크고, 뿌듯함도 함께 느낍니다. 부족하지만 이 글들이 독자분에게 공감을 드렸다는 것은 제가 작곡한 음악이 청중의 호응을 얻는 것과 서로 비슷할 것입니다.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감성을 글이나 음악 등의 표현방식으로 전달하면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 입장에 따라 각자의 감성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 속에 슬픔과 기쁨, 사랑과 이별, 행복 등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 이런 문화적 감성교류는 비로소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저의 생명력은 이러한 모든 감정 속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초 감사하게도 한국음악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오고 계신 음악이론가 손태룡 선생님으로부터 ‘대구아리랑’을 주제로 한 곡의 작곡을 제안받았습니다. 1936년 밀리온레코드사에서 발매된 대구아리랑은 당시 가야금연주와 노래로 인기 많던 기생 최계란의 노래로 녹음되어 있으며, 그 가사는 대구의 여러 지명을 따서 사랑을 노래합니다. 1절은 낙동강을 비유하며 가버린 임을 기다리는 내용이며, 2절은 임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팔공산에 우는 두견새 울음과 금호강에 비친 구름 속 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손태룡 선생님께서 쓰신 ‘최계란 명창과 대구아리랑 고찰’을 통해 많은 이해를 얻고 큰 공감을 느꼈으며, 거기서 인용된 다음 글은 새로운 곡의 전체 분위기를 구상하게 하였습니다.

‘구비전승물이 어떤 시대적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창출되어 다수의 입으로 전승 향유될 때 생명력을 가지게 되며,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문화로서 자리잡을 때 문화적 창조성과 영원성을 담보하게 될 것이다.’ <권오성 ‘아리랑의 상징성과 세계성’>

미리 예정되어 있던 작업들 속에 1년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올해 여름 완성된, 대구아리랑을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 ‘심(心)-그 무엇을 위하여’. 이 곡에서 심(心)은 심장, 생명력을 뜻하는데, 묻혀있던 모든 것에 대해 생명력을 불어 넣고 새롭게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지역에서 많이 불리던 대구아리랑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로 생명력을 잇게 하는 것은 대구 출신 작곡가인 저에게도 아주 큰 의무라고 생각하며, 또한 앞으로도 많은 분과 감성을 나누고 여러 감정을 느끼며 스스로에 대한 생명력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각자가 생각하는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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