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빛 바라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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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  수정 2016-12-05 08:02  |  발행일 2016-12-05 제22면
[문화산책] 빛 바라기 전
서영옥 <미술평론가>

예술의 발언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발언들이 침소봉대만은 아닐 때가 있다. 며칠 전 현실을 직시한 작가들의 시선이 이미지로 옮겨진 전시에 다녀왔다. 여러 번 걸음했다. 골골이 깊은 사연을 받아들이기엔 한 번으로 모자랐기 때문이다. 13명의 예술가가 ‘자갈마당시각예술아카이브’라는 독특한 전시를 열었다. 최윤정 독립큐레이터가 기획한 이 전시는 세상의 그늘에 가려진 이들의 울분을 대변하고 있었다. 2014년 대구시가 자갈마당 폐쇄를 공식화한 후부터다.

인근에 1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와 대구예술발전소, 수창공원 등 주민 이용시설이 들어서 아파트 입주 예정 주민들이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와 주변 도시 환경 정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후 2015년부터 25명의 작가가 폐쇄될 입장에 놓인 자갈마당, 그 안에 가려진 현실에 주목했다. 외형의 베일을 헤치고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용기였다.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당하게 들어선 전시장은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었다. 이름이 있어도 떳떳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 그들의 거친 사연이 수두룩한 곳. 꽃다운 삶 15세 또는 17세, 그들은 청소년이었고 여전히 누군가의 여동생이고 누이일 것이다. 군중 속에 묻혀 작은 꿈과 겨룬 그들의 얼굴 없는 증언에 연민이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가슴 아픈 팩트는 편견과 선입견, 공상과 망상을 배제시킨다. 고통이 소통을 원할 땐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심과 통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여전히 개인적 취향과 변덕스러움이 허용되는 영역이다. 오히려 그것이 옹호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예술가들은 절박한 현실을 피해가지 않았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라고 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첫머리 말처럼 예술은 시대의 표현이자 정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희망이다. 타인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때 공공성도 살아난다. 사회의 건강도 더불어 되찾을 것이다. 아무리 팩트를 말해도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힘은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몫이 크다. 그늘지고 아픈 삶을 외면할 수 없었던 예술가들의 깊은 마음이 미덥다. 그들의 예술적 발언이 힘없는 삶에 귀 기울이게 하는 설득력의 원천이길 바란다. 함께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 나설 때다. 예술적인 발언에 귀 기울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자 상생을 향한 걸음이 아닐까 한다. 인생이 통째로 아픈 이들에게는 예술적 발언이 때론 빛 바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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