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이들은 나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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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1  |  수정 2016-12-21 08:03  |  발행일 2016-12-21 제25면
[문화산책] 아이들은 나의 선생님
최영주 <극단 동성로 대표>

해마다 이맘때면 다른 지역으로 공부하러 간 제자들이 소식을 전해온다. 대학 졸업을 앞둔 아이들, 입시를 치르고 대학 생활을 준비하는 아이들, 예상보다 대학 입학시험 결과가 신통치 않아 재수나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아이들 등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그중 늘 마음 속 깊이 묻어두는 아이들이 있다. 갈 곳이 없는 아이, 흔히 말하는 비행청소년이다. 청소년 보호감찰소에서 연극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거쳐야 하는 철문처럼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의 마음에도 빗장이 겹겹이 닫혀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랬던 아이들도 연극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꺼내 놓았다. 여러 차례 보호감찰소 생활을 했더니 어느 날 부모님이 연락도 없이 이사를 가버려서 갈 곳이 없었다는 아이, 우연히 친구들 싸움에 휘말린 것이 문제가 되어 왔다는 아이, 살인죄를 지어 입소한 아이.

이 아이들을 지켜보면 군것질 좋아하고 공부는 힘들어하며 칭찬 받으면 멋쩍어하는 여느 또래와 다를 것이 없었다. 연극으로 아이들을 가르쳐 보겠다는 의욕이 앞섰던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자세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 것을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려 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이미 답을 세워놓는다. “이 선생님도 연극 공연이 끝나면 가실 텐데 뭐”라고.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익숙한 아이들, 자신의 삶에 늘 빈 칸을 몇 개씩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채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기 방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성을 띠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버리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먹먹해진다.

세대 간 갈등이 유연한 소통으로 해결된다면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꽤 많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 존재하는 다양한 변수를 겪으면서 새로운 체제, 이상적인 세계에 근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을 겪어본 기성세대의 노련함과 강력한 에너지를 안고 도전해 나가는 젊은 세대 간의 균형이 세상을 이끄는 힘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답이 아닌 풀이과정에서의 태도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삶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과 ‘다름’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자.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비록 결과에 도달하지 못해도 부분적 선택으로도 삶은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야겠다. 이렇게 아이들은 가르치는 나를 늘 배우고 깨닫게 한다.최영주 <극단 동성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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