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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호 <국악작곡가> |
제가 유학을 다녀온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이자 극작가 겸 시인인 오스카 코코슈카의 대표작 ‘바람의 신부’라는 작품은 그가 열렬히 사랑한 알마 쉰들러와의 격정적인 사랑을 거친 붓 터치와 차고 어두운 색채에 실어 화폭에 담았습니다.
위대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부인이었던 알마 쉰들러는 아름다운 외모와 예술적 소양도 두루 갖춘 사교계의 스타였습니다.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 소설가 프란츠 베르펠 등 여러 예술가들과 교제를 하였고, 말러가 죽은 이듬해 오스카 코코슈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그녀는 오스카 코코슈카를 떠납니다.
그즈음 그린 ‘바람의 신부’ 속 여인인 알마는 곤히 자고 있지만 코코슈카는 이별에 대한 예감 때문인지 불안과 초조함 속에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보고 있습니다. 차가운 푸른 색의 회오리바람 속에 몸을 맡긴 두 연인의 모습은 창백하며, 배경은 거칠고 음울합니다. 코코슈카는 이 그림을 그린 후에 ‘지상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비바람 치는 밤하늘을 떠돌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하리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합니다. 40년이 흘러 그녀의 70세 생일날 코코슈카는 편지를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을 표현합니다. “사랑스러운 알마. 난 아직도 당신의 길들이지 않은 야생 동물이오. 우리는 ‘바람의 신부’ 속에서 영원히 함께하는 것입니다.”
알마 쉰들러의 남편 말러는 죽기 전 마지막 미완성 교향곡 10번 마지막 페이지에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 알마’라고 메모하였고, 화가 클림트는 ‘키스’를 통해, 코코슈카는 ‘바람의 신부’로 알마 쉰들러를 형상화하였습니다. 그녀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었습니다.
저의 해금협주곡 ‘가면무도회’ 또한 동화적인 스토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영화를 좋아하는 저의 뮤즈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마법과 환상적 분위기가 곡 전체적으로 수놓고 있는 ‘가면무도회’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로 음악적 유희와 감성의 관계만으로 그녀와의 인연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애수와 추억이 담겨있고, 불안이 담겨 있으며, 열정과 격렬함이 소용돌이 치는, 마치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를 연상하게 합니다. 여기서 주체가 되는 해금 또는 해금연주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하는 저의 분신, 저의 ‘페르소나’가 됩니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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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가면무도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12/20161229.0102608322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