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회혁신의 첫째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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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30  |  수정 2016-12-30 08:04  |  발행일 2016-12-30 제17면
[문화산책] 사회혁신의 첫째 조건
김원한 <커뮤니티와경제 팀장>

며칠 전 약령골목에서 ‘우연한’ 송년회 자리가 있었다. 소담한 맛과 좋은 분위기에, 넌지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사장님, 돈을 좇으면 돈이 모이나요?”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도 40대 사장님의 즉문즉답이 튀어나왔다. “아니요. 30대 중반에 작정하고 돈을 좇아봤는데 몸만 상했어요. 지금은 가족과 손님과 음식을 좇습니다.” 순간, 앉은 자리의 모든 사람이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이후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맛이 어떠했는지 두 번 말해 무엇하랴. 나오는 길에 간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까지 남겼다.

그리고 다들 곱씹었다. 지금 무엇을 좇고 있는가? 더 많은 돈일까, 지역사회 안에서의 명예일까, 혹은 크지는 않지만 안락한 한 줌의 권력일까.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그 주변부에서 일하는 내가 좇고 있는 사회혁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대구 사회의 좋은 변화에 정말 기여할 수 있을까.

시대마다 그 시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들이 있어 왔다. 독립운동, 새마을운동, 민주화운동, 10년 뒤를 대비한 인터넷보급 등. 그렇다면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사회혁신이 일어나는 것일까. 올해 초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은 중앙에 대한 열등감 없는 변방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되며, 모든 혁신은 안정된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명료한 존재 이유 하나를 손에 움켜쥐고 떨어질락 말락하는 모서리에 서있어야만 현상과 원인을 구분해내고 진짜 원인에 파고드는 핵심활동을 할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의가 있는가, 그 문제가 훌륭히 해결되었을 때의 모습은 무엇인가. 텔레비전 보듯 생생히 그릴 수 있는가. 이 비전에 도달하기 위해 지금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그렇게 하면 이 문제가 진짜 해결되는가, 끊임없는 검산까지.

나는 직장인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한 아기의 아빠도 아니다. 오롯이 나로서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어떤 방법론을 선택할 것인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외쳤다.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시구다. 끊어낼 것은 끊어내고 다시 뾰족한 모서리로 나 자신을 몰아 갈 때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어야만 깊이 있게 해낼 수 있다. 사회혁신을 위한 첫째 조건은 송곳 같은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김원한 <커뮤니티와경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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