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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
연극계에서는 봄이 되기 직전의 요즘 같은 시절을 ‘비수기’라 칭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로 ‘보릿고개’라고도 말한다. 다른 계절에 비해 작품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줄고 관객의 발길도 조금 뜸해지는 탓이다. 그래도 이 비수기에도 대명공연문화거리에 가 보면 끊임없이 공연과 연습을 하고 있는 연극계 선후배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얼마 되지 않는 관객 앞에서도 열정을 갖고 연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짠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대명공연문화거리 발전의 일환으로 향후 극장 몇 개가 더 생긴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차곡차곡 쌓여 커나가는 후배들이 더 좋은 무대에 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왜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짊어지며 살아간다. 특히 연극을 만들어나가는 우리는 그런 고민의 사슬을 끊기가 힘들다.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감동을 주려면 더욱 치열하게 인간의 생활과 삶을 작품 속에 녹여내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연출과 배우들이 그런 긴장과 고민을 풀어내려 자주 술자리를 갖고, 실제 술자리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작품이 더 탄탄해지는 계기가 생기기도 한다. 연극의 3대 요소는 시파티, 중간파티, 종파티라는 선배의 우스갯소리나 밥 사 먹을 돈은 없어도 술 사 마실 돈은 어떻게든 생긴다는 선배들의 말처럼 배우들의 경제 개념은 좀처럼 진화하기 힘든 데다가 소주의 알코올 함량은 점점 낮아지니 술값은 배우의 초라한 출연료에 비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한다.
술이 창조적 도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은 망각하기 위해서다. 행복한 일은 굳이 망각할 필요가 없겠지만, 인간의 삶에는 끊임없는 번뇌와 고통이 얼룩져 있기에 술로 그 기억을 지우고 덜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술의 효용은 잠깐의 망각을 위해 지갑을 열었을 때뿐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난 후 고통과 후회를 맛본다. 실력 있는 예술가가 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큰 병을 얻기도 한다. 기억하고 남겨야 할 사람들이 망각하고 소멸시키기 위해 무분별한 소비를 택한다는 것은 좀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개인의 취향이고 선택인데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데 대해 못마땅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예술 활동을 하는 우리 내부에서나마 술 소비문화의 폐단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한번 해본다.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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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술 좋아하는 사람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1/20170125.01023074838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