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카메라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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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7  |  수정 2017-03-07 07:51  |  발행일 2017-03-07 제25면
[문화산책] 카메라 뒤에서
박지혜 <영상서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가끔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면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주로 그 소외감은 촬영을 하면서 감정을 참아야 할 때 생긴다. 수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길 때도 즐기는 그들을 찍기 위해 ‘즐김’을 참고, 모두가 슬퍼할 때도 슬픔을 찍기 위해 ‘슬픔’에서 벗어난다. 감정을 참거나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필연적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은 집중하는 순간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착의 순간이고, 그것은 필히 불안감과 긴장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촬영 현장에서 가장 경직된 얼굴의 사람들이다.

촬영을 할 때 느끼는 소외감은 어린 시절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놀 때, 저 한구석에 앉아 그들의 놀이를 지켜보는 아이가 된 딱 그 느낌이다. 놀이에 참여한 것 같지만 참여하지 않았고, 겉돌고 주눅이 드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촬영을 끝내고 돌아올 때면 감정적인 피로감으로 한동안은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한때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가 너무 커져서 영상 일을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했다. 이렇게 영상 일을 계속하다가는 언제나 인생의 중앙에 서지 못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덮쳐왔고, 촬영을 할수록 카메라의 프레임 속 자유로운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하지만 나는 영상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다행히 여러 시도 끝에 이런 소외감에서 벗어날 방법의 단서를 얻었는데, 그것은 재밌게도 ‘내 감정을 온전하게 느끼기’였다. 이 단서를 찾아낸 방법은 간단했다. 그전에 촬영했던 방식을 복기하여 그것과 반대로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했던 촬영에서 감정을 온전히 담는 촬영을 시도한 것이다.

예전에는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신속 정확하게 촬영할까’를 먼저 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나는 무엇을 느끼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간단한 질문을 통해 현장과 호흡하는 나를 느낄 수 있었고, 무엇을 찍어야겠다는 생각 없이도 물 흐르듯이 촬영이 진행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비로소 촬영을 하면서 내가 소외되지 않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비단 촬영을 하는 사람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에서 작업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한 번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이 모르던 새로운 통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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