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서로에게 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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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0  |  수정 2017-03-10 07:45  |  발행일 2017-03-10 제16면
[문화산책] 서로에게 길들다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입학식과 시업식을 마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 첫 인사가 무사히(?) 끝났다. ‘인연론’을 거창하게 설파하는 내 앞에 우리 아이들은 겨울방학 끝의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된 졸린 표정으로 약간의 호기심만 보내줄 뿐이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내 진심을 한 번에 알아차릴 거라고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서로에게 ‘길드는’ 시간이다. 아주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단계이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같은 별에 살던 장미의 오만함을 고쳐주려고 여러 별로 여행을 떠났다. 지구에서 지혜로운 여우 한 마리를 만나게 되고, ‘길들이다’의 의미를 듣게 된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라고 궁금해하는 어린왕자에게 여우는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어린왕자가 또 물었다.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여우는 대답했다. “참는 것이 중요해….길들여진다는 것은 그런 거야. 너무도 평범하게 서로가 익숙해지는 것. 그것은 사랑이야”라고.

‘길들다’의 사전적 의미는 ‘맞추어 익숙해지다’이다. 애들을 통제와 단속으로 내 뜻대로 내 방식대로 맞춘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개인의 특성을 알게 되는, 아는 만큼 이해해가는 과정을 갖자는 것이다. 아이들 또한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되고 선생님마다의 다른 성향을 파악하고 맞추어가는, 그 과정 말이다. 그러려면 때로는 참아야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 각각의 얼굴만큼 각양각색의 마음을 알게 되는, 어느 순간 ‘너무도 평범하게 서로가 익숙해지는’ 그 순간까지.

그런데 최근 어느 수업 시간에 훈육의 강약조절 실패로 한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 물론 무조건적인 관용이 다는 아니다. 훈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의 ‘근기(根氣)’에 따라 방법도 달라야 하는 것을.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부족한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 참을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길드는 시간’을 생략해버린 것이다. 긴 시간 교단에 섰음에도 아직도 간혹 이렇게 ‘힘빼기’ 실패의 순간이 생긴다. 부끄럽고 맘이 쓰리다.

내일은 그 학생을 조용히 불러야겠다. 그리고 그 학생과 나만의 첫 시작을 다시 하자고 말해야겠다. ‘서로 길드는’ 기다림의 시간 후에는 미운(?) 우리 새끼가 나의 소중한 장미꽃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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