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이들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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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1  |  수정 2017-03-31 08:26  |  발행일 2017-03-31 제18면
[문화산책] 아이들은 자란다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학교에도 봄이 왔다.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녀석들의 목소리가 요란하다. 점심시간 잠깐의 여유가 꿀맛 같을 것이다. 농구장에도 동아리 대결 게임이 한창이다. 간간이 환호성이 터진다.

1학년 때 담임으로 또는 수업 시간에 만났던 아이들을 3학년 교실에서 다시 만나면 놀라게 된다. 숨 하나 안 죽고 펄펄 살아 날뛰던 녀석들이 한결 차분해지고 어른티가 확연하게 느껴져서다. “너희들 이제 늙어서 힘 빠졌네”라고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후배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요즘 애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선배 대접 않는다고 난리다. 조용히 다 들어주고 “근데 너희도 1학년 때 그랬던 거 같은데?” 하면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쿨한 녀석들. 난 아이들에게 이것을 ‘밥의 힘’이라고 얘기한다. 밥을 더 먹어서 그렇다고.

분명한 것은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쏟아내는 이 녀석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도 애를 먹이던, 인내심의 한계를 테스트하던 녀석들이 졸업을 하고 군대 입대 전 또는 휴가 나와서 인사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 날 세운 군복을 차려입고 거수경례라도 하게 되면 새삼 ‘밥’의 힘이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 녀석이 그 녀석이 맞나 싶은.

요즘은 내가 맡고 있는 동아리 ‘학교 홍보단’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흐뭇함이 있다. 학교 홍보와 교내·외 여러 행사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동아리로 기본적인 봉사 정신과 즐기는 마인드가 없으면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동아리다. 해마다 1학년 신입생을 선발하고 보면 뭔가 어설픈 모습에 쟤들을 데리고 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3학년이 되면 누구보다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친구이자 조력자가 되어 있다.

특히 지금 2학년들은 작년에 어리바리했던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성장해 있다. 너무 소심하고 목소리도 작아서 염려의 눈길로 지켜봤던 A가 1학년 후배들 앞에서 달라졌다. 목소리가 커지고 단호해져서 웃음이 났다. B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목표는 잡았는데 이것저것 준비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야, 아무 노력 없이 뭔가 얻기를 바란다면 그건 사기지”라고 한마디했더니 씩 웃었다. 3월, 친구 문제로 많이 힘들어하며 눈물을 보이던 C가 계속 걱정이었다. 쉬는 시간 친구들과 장난치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에 나는 또 안도한다. 아이들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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