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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현 <설치미술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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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현 2016년작. 금(crack) |
어릴 적 문지방에 앉지 말라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마루와 방의 경계인 문지방에 서거나 앉아 있으면 늘 야단치시던 할머니의 꾸중 때문인지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이를 할 때면 밟으면 안 되는 금을 밟아 같은 편 친구들에게 원망을 들어야만 했다.
내 소유, 내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줄을 늘여놓은 농사꾼은 아무도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줄을 설치했고, 어떤 위험을 표시할 때도 줄로 접근금지를 표시했다.
동양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금을 밟는 것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 남자는 금이나 선을 밟지 않기 위해 어색한 걸음을 걸었던 것이 기억난다. 인간의 행동 일부를 지배하는 심리적 요소, 마음에 꺼려서 피하게 되는 금기같은 것,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 바닥에 있는 금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건너가게 된다.
건축에서도 금은 결함으로 여긴다. 울퉁불퉁한 땅을 인위적으로 수평을 만들어 건물을 짓다보니 바람과 땅의 호흡에 의해 크고 작은 금이 생기게 된다. 우리 스스로가 완벽하고 싶지만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기 싫어서일까. 사람들은 금을 감추기 위해 다른 재료로 덮거나 그 틈을 메워 버린다.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더 넓고 더 높게 자연에 도전한다.
솔직히 나는 자연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름다운 건물과 디자인에 감동했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은 부모에 대한 고마움처럼 그냥 젖어 있었던 거 같다. 자연이 사랑스럽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 나를 불편하게 했던 금 사이로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내가 불편해 했던 금, 우리가 생각했던 건축적 결함은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여유의 공간이 되었고, 자연은 인간의 욕심으로 생긴 실수를 공존의 틈으로 흙과 풀로 채워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고 난 후 금 사이로 자라난 생명들(자연)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나에게 금은 아름다운 선이 되었다. 박정현 <설치미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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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금(Crack)](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4/20170410.010230754050001i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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