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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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21 07:49  |  수정 2017-04-21 07:49  |  발행일 2017-04-21 제16면
[문화산책] 여행 이야기
정경옥 <대구 관광고 교사>

자식을 사랑하면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여행가 한비야는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SNS 등의 발달로 아무리 정보 전달이 쉬워졌다고 해도 몸소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방학을 이용한 중·단기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다. 더구나 관광 과목을 가르치다 보니 실제 여행이 수업에 도움이 많이 되기도 한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 것을 가르치는 생생함이 분명 있다.

많은 여행 경험 중 아주 오래 전 유럽으로 떠났던 첫 배낭여행이 생각난다. 자유여행이 막 트렌드가 되던 시절이라 정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여행 책자 하나 달랑 들고 떠난 무모한 여행이었다. 첫 여행지인 영국 히드로공항에 밤늦게 도착을 해서야 한국을 떠나온 것을 느꼈다. 프랑스의 대표적 상징인 에펠탑은 TV와 책에서 보던 것보다 더 크고 웅장하고 정교했으며, 영국 뮤지컬 공연장의 남녀노소 구분 없는 다양한 관객들의 열정은 가히 최고였다. 아름다운 박물관과 미술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노래·춤·마술 등의 다양한 길거리 공연, 맑은 하늘과 강렬한 햇살, 달력 속의 사진 같은 작은 마을들, 소시지와 피자·맥주, 거기에 일행을 놓친 아찔한 순간까지.

가장 신선한 충격은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권도 필요없이 밤 열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다른 나라에 도착해 있다니. 비행기나 배가 아니면 국경을 넘을 수 없는 국가의 국민으로 꽤나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배나 비행기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기차 여행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통해 깊이 있는 사색이 가능하다.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면서 이웃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유럽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사고의 폭이 넓고 유연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난 우리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세상과 많이 만났으면 한다. 여행이 주는 예측 밖의 수많은 변수들은 여행자를 분명히 성장시킨다. 안락하고 익숙한 삶을 벗어나 스스로 찾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나와 다른 현지인들의 문화·관습·삶을 보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느끼고 깨닫고 분명히 성장하게 될 것을 믿는다. 가족을 떠난 외로움을 통해 사색하고 성숙해지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방향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꼭 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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