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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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8  |  수정 2017-05-08 07:50  |  발행일 2017-05-08 제22면
[문화산책]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
서승은 <한국화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라는 단어는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초등학교 때 찾아온 가정의 파탄과 부모님의 이별 과정은 나에게 정신적 충격과 함께 깊은 상처로 가슴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오래도록 나의 감성을 지배해 왔다. 그래도 자존심이 강한 나였기에 바깥에서 기죽지 않으려 아픔을 꼭꼭 숨겨두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던 중 6학년 신학기에 새로 사귄 단짝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친구의 집은 마당이 너른 2층 집이었다. 신나게 놀다가 어느새 저녁이 되어 집에 가려는데 친구의 아버지께서 퇴근하고 오셨고, 함께 저녁밥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고급 4인용 식탁에 앉아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푸짐하고 맛있는 반찬들이 놓인 밥상에서 숟가락을 드는데 가슴속에서 뜨거운 슬픔이 밀려들었다. 그것은 부러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때 부러웠던 것은 친구 집에 많던 예쁜 인형들도 아니고, 값비싼 고급 피아노도 아니고, 맛있는 반찬들도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온 가족이 한 밥상에 모여 앉아서 마주 보며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 그들에게는 별것 아닌, 그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부러웠고, 그 순간 그런 가족의 모습이 나에게는 삶의 목표와 이루고 싶은 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어서야 함께할 수 있게 된 엄마는 함께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마비로 작년 2월 59세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어린 시절을 함께해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항상 내 편이었고, 나를 위해서 뭐든지 양보하셨고, 내가 힘들 때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줬다. 작업실에 종일 박혀 작업만 하던 나에게는 모든 것을 나누는 단짝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 결국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고자 했던 내 꿈은 이루지 못했고, ‘안녕’이라는 인사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내가 꿈꿔 온 삶의 목표와 이유가 모두 무너져버리고, 절망으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부모, 형제,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가족의 인연. 부모님과 사별하지 않았음에도 함께 살지 못하는 가족들이 많은 현대 사회. 대단한 밥상이 아니어도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즐거운 얘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조금은 어색한 부모님께 용기를 내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가족이 모두 함께였던 유치원 시절이 눈물겹게 그리운 어버이날이다. 서승은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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