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연극과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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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2  |  수정 2017-08-02 08:11  |  발행일 2017-08-02 제23면
[문화산책] 연극과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잘 알려진 한 대학교의 꽤 유명한 연극과는 매년 연기 전공자를 30명 정도 뽑는다. 7년 전엔 2천250명 정도가 지원했는데, 해가 갈수록 경쟁률이 오르더니 지난해 무려 5천500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한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연극과는 다른 과에 비해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입시생들 사이에선 ‘연기 입시는 재수, 삼수는 필수’라는 말까지 돌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연기학원의 수요가 폭등하게 되고, 경쟁률 위주의 교육시스템도 다양하게 발전하게 됐다. 입시생과 부모들도 배우로서 됨됨이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높은 경쟁률에 승산을 둔 교육시스템을 찾고, 지방 연극과보다는 서울의 연극과를 선호한다. 대부분 연극과의 입학 실기 평가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시간은 고작 3분 정도다. ‘몇 천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마주하다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그들은 아직 학생이고, 꿈이 있는 한 인간이다. 무엇을 잣대로 두고 3분 안에 한 인간을 평가하는 것인가. 또한 경쟁률이 높으면 연극 관련 학과가 수용해야 할 학생 수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실상 학교별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처럼 내세우기까지 한다.

몇 해 전 수시 실기고사장에 가본 적이 있다.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를 상품인 양 각양각색으로 잔뜩 꾸미고 왔고, 그런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부모들도 왔다. 하지만 그들 모두 인식하지 못한 반전이 있다. 실제 연극과는 취업률이 가장 저조한 학과로 유명하다. 모 대학교는 오랜 전통을 가진 연극과를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과시키려고까지 했다. 또 주위를 둘러보면 연극과의 재적 인원이 모자라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 생활이 단체 생활 위주다보니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어려운 입시 준비 시절을 잊고 학교 주변만 맴도는 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토록 입학을 위한 경쟁률이 끔찍하게 높아도 졸업을 하고 막상 연극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는 몇 안 된다. 학교와 실제 현장에서의 공연제작시스템이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선배들과 마주하고, 훨씬 더 치열한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공연계의 변두리만 맴돌다 결국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연극과가 마주한 현실이다. 입시부터 졸업까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 문제에 관련된 기사를 찾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오히려 신생 대학교의 연극과를 소개하는 기사나 입시를 위해 초점이 잘 맞춰진 사교육업체 광고 기사들만 가득하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현실을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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