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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방영된 ‘히든싱어’라는 TV 음악프로그램이 있다. 인기 가수와 5명의 모창 도전자들이 블라인드 뒤에서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르면 청중들이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는 참가자들의 모창 능력에 놀랐지만, 점차 노래 부르는 목소리만으로 ‘진짜’를 구별하는 청중들의 모습에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목소리. 말 그대로 우리의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다. 영어로는 ‘보이스(voice)’라 통칭할 수 있다. 말투, 어조, 음색, 분위기 등의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톤(tone)’이라는 뜻을 포함해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저 목소리로 음악의 무한함을 표현하는 것이 좋아서 소년소녀합창단원으로 활동하였고, 장르 구분 없이 많은 노래를 들으며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다. 낭독, 내레이션, 외국 영화 더빙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며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성우’라는 직업에 흥미를 가지고 유심히 들어보기도 하였다. 표현의 수단은 다르지만, 글로써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작가, 자신을 그림에 투영하는 화가 등 자신만의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꾸준히 찾아보고 그 방법을 배우려고 애썼다.
피아노라는 거대한 악기에 앉을 때마다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있다. 어떤 소리를 내야 할까? 어떤 소리가 진짜 나의 목소리일까? 음악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연주자마다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겠지만, 연주자가 전하는 고유의 소리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작곡자가 그린 작은 음표 하나하나와 연주자의 열정과 노력이 만났을 때 진짜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교적으로 완벽한 연주자들도 참 부럽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연주가 좋고 그런 연주를 들었을 때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필자 역시 그런 소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도 그러하며 끝이 없다.
자기 생각이 없으면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보고 듣고 아는 만큼 표현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 속에 답이 있는 것 같다. 나만의 뚜렷한 목소리로 글 쓰는 사람, 연주하는 사람이 되어 곳곳에 실린 내 삶의 흔적을 읽는 이들, 듣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과 위로를 주고 마음으로 서로 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히든싱어’의 한 장면처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의 피아노 소리에 누군가 ‘나’임을 알아내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송효정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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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의 목소리](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8/20170824.0102107445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