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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미국 유학생활 동안 여름방학 때 한두 달 한국에 머무른 것이 전부였는데, 올해처럼 우리나라의 여름을 온전히 맞이한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열대야 속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한낮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난 후 찾아오는 여름밤 아름다운 풍경은 내심 반가웠다.
‘한여름 밤의 꿈’.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이 낭만 희극은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이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 해결되는 환상적인 꿈의 이야기다. 중세 로망스, 서사시, 고전 신화 등에서 가져온 이야기에 그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공연되는 인기작품이다. 독일 작곡가 멘델스존은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에 매료되어 13곡으로 이루어진 부수음악(연극 등에서 반주로 사용한 음악) ‘한여름 밤의 꿈’을 작곡했다. 그 중 ‘결혼 행진곡’은 너무나 유명하다. 영국 작곡가 브리튼은 이를 기초로 하여 3막의 오페라를 만들었고,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호프만은 동명의 로맨틱 영화를 제작했다. 현재에도 많은 뮤지컬, 연극 등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시간은 빨리도 흘러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이 컴퓨터 앞에서 나만의 글로 정리되고, 신문에 연재되는 과정은 여전히 낯설고 신기하다. 꿈만 같다. 글 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맛이 무엇인지 꼬박 두 달을 보내고서야 아주 조금 알게 된 듯하다. 작년까지 박사논문을 쓸 때도 그랬지만, 데드라인에 맞춰서 글을 쓰는 일은 고생스럽지만 한편으로 스릴 넘친다는 생각마저 든다.
피아노를 공부하다 보면 연습 또는 연주실황을 녹음, 녹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녹음파일이나 비디오 영상을 마주할 때면 마치 벌거벗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피하고 싶을 때가 많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일 역시 그러하다.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겸허해지는 순간이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글을 쓰려면 글을 쓰는 시간만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이번 여름 내내 글을 쓰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한 고민을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거대한 생각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끝이 없는 나의 무지함을 깨닫기도 했다. 원하는 피아노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글로 전해지는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여전히 눈에 보이는 나의 모자람, 그리고 끝을 맺어야 하는 아쉬운 감정들은 고이 간직하고 ‘한여름 밤의 꿈’만 같았던 나의 글쓰기를 이제 마친다. 앞으로도 내 삶에 예기치 않은 환상적인 일들이 가득하길 기대하며. 송효정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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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여름 밤의 꿈](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8/20170831.010230756080001i1.jpg)



